"중앙정부·지자체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지지 않으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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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선다혜 기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시·도 교육청과 중앙정부의 줄다리기가 계속된 가운데, 정부가 목적예비비 지원을 전제로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인해서 우려했던 보육대란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년 째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책임지느냐'를 놓고 시·도교육청과 중앙정부의 싸움이 계속됐다. 때문에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내년에도 보육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누리과정을 두고 벌어지는 시·도 교육청과 중앙정부의 줄다리기, 그 원인은 무엇일까?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한 갈등해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불거져왔다. 시·도 교육청은 무상보육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 사업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누리과정을 예산을 지원해야하며, 중앙정부만큼 탄탄하지 못한 지방 재정으로는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지자체는 아예 새해 누리과정 예산조차 편성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보육대란 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중앙정부의 몫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지난 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도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은 엄연한 직무유기이며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 담화문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재량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준수해야할 법률상 의무다. 법적인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내년 지방교육재정 여건을 들여다보면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전액 편성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누리과정은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우분별한 선심성 사업을 강행추진하면서 돈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담화문 발표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교육청의 누적 지방채가 18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강제하고 있다”며 “이미 한계를 넘어선 지방 교육청은 초중고의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교육청 인건비를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는 누리과정예산 의무지출경비 지정 강행 추진 반대와 함께, 이러한 강제가 시도교육감의 예산 편성권과 자율권을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누리과정은 지난 2011년 5월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의 발표로 시작된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있던 만 5세 어린이의 교육과정을 하나로 통합하고, 지원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었다. 2012년 3월 만 5세를 대상으로 시행되다 같은해 3,4세까지 대상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0세부터 5세까지 보육과 유아교육의 국가 완전책임제'라는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지원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지방교육재정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하면서 갈등의 시초가 됐다. 심지어 지난해 9월 정부가 제출한 2016년 새해 예산안에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이 교육부에도 복지부에도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다만 지방교육청의 학교 환경 개선 사업 시설비 지원 명목으로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해 이를 누리과정 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해마다 불거지는 '보육대란' 우려
누리과정 떠넘기기에 속 타는 건 학부모
올해도 '예비비 편성' 내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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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을 통해 지원되는 금액은 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 22만원과 누리교사 처우개선비·운영비 등 29만원, 유치원의 경우는 사립은 29만원, 공립은 11만원이다.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가정에서는 누리과정 예산 지원금이 끊기면 약 30만원에 가까운 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단순히 유치원비 외에 추가적으로 내야하는 차량비 수행성 경비를 생각하며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아 발생하는 보육대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을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끊어야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왔다.

이를 막기 위해서 일부 지자체는 긴급하게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경기 평택시는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인한 보육대란을 막고자 오는 25일 2월 5일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서 추경을 통해 누리과정 6개월분 예산 102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한 강원도에서도 영월군과 강릉시가 잇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영월군은 강원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군비 11억원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다. 아울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서울과 전남 등 일부 교육청들 역시 정부의 목적예비비 지원을 전제로 누리과정 예산 1.5개월분을 편성하기로 했다. 당장 급한 불을 끈 셈이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다.

이번에 편성된 누리과정 교육비 지원도 길어봐야 몇 개월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 별로는 당장 2달 안에 또다시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가지고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곳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 책임을 어디서 질 것인지 결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이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누리과정 예산 지원에 대해 국민적 여론 역시 중앙정부가 지원해야한다는 뜻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 미터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전화 설문조사 결과 ‘중앙정부가 부족한 예산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65.2%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ㆍ도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응답은 23.5%이었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광주ㆍ전라(정부 81.2% vs 교육청 15.2%)에서 정부 지원 응답이 가장 많았다. 경남 도민은 ‘정부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64.7%, ‘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24.9%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 내걸었던 '0~5세까지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중앙정부는 무상보육을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예비비 편성으로 당장의 급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도록 했지만 누리과정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은 시·도 교육청도 마찬가지인 상황이기 때문에 쉽게 해결책이 도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 모두 누리과정 예산을 책임질 수 는 없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 같은 줄다리기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일 것이다. 교육은 나라의 미래를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計)라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이 중요한 일 앞에서도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모습에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한편, 누리과정 예산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8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들과 만남이 약속됐다. 교육부 측은 "이 부총리가 인사청문회 때도 약속한 것처럼 학부모들이 겪고 있는 '보육대란'해결을 위해 시·도 교육감들을 가장 우선 만나려고 교육감들과 일정을 조율한 결과 18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 어떠한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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