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순수한 사랑을 악용한 이른바 '데이트 폭력'으로 여성들이 생명과 신체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여름 27세 여성이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 살해된 뒤 시멘트로 암매장됐던 충격적인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에도 데이트 폭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신적, 신체적, 성적인 폭력을 통틀어서 얘기를 하지만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피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당한 일들이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창피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심지어 애정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기 때문에 심각한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폭력은 속성상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치밀하고 잔인해지는 만큼 데이트 폭력을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연간 7000여명이 피해를 당하고 있고 목숨을 잃는 사람도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유형으로는 정서적 행해지는 언어적 폭력이 53%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폭력으로 38%, 성적 폭력도 7.3%나 되었다. 이중에서 특히 언어적 폭력으로 행해지는 심리적 폭력은 폭력이라는 인식이 별로 없응며 데이트 중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여자친구를 감금ㆍ폭행한 사건에 대해 가해자 처벌이 벌금형에 그쳐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법원이 강력범죄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법 감정과는 달리 '솜방망이' 처벌을 선고하자,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례를 들여다보면 같은 의학전문대학원생(의전원) 여자친구를 폭행한 혐의(상해)로 기소된 광주 조선대 의전원생 박모(34ㆍ남)씨에 대해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는 지난 3월28일 오전 3시경 광주시 남구의 여자친구 이모(31)씨 집에 찾아가 전화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2시간 이상 이씨를 감금하고 수차례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남학생을 재판에 넘겨 징역 2년을 구형했지만, 1심 법원 판결은 1천 200만 원 벌금형에 그쳤다.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집행유예 이상이 나올 경우 학교에서 제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원의 선처 이유였다. 또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점도 감형 사유에 포함됐다.

이 밖에도 30대 여성 정모씨는 1년 넘게 남자친구에게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 등 심각한 언어폭력을 겪어 현재 우울증과 정신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의 경우 성폭력방지특별법과 가정폭력방지법으로 각각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데이트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수사기관과 처벌 조항이 별도로 없어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분류하고 있다.

이마저도 신체적인 폭력, 성폭력 등 물리적 폭력이 있을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할 뿐 협박이나 정신적 폭력의 경우 사실 입증이 어려워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속적인 괴롭힘(스토킹)의 경우 2010년 '경범죄처벌법' 시행령이 개정돼 처벌 근거가 만들어졌지만, 실제 처벌된 경우는 2년간 503명에 불과하다. 1인당 범칙금도 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범죄 억제효과가 미미하다는 얘기다.

달콤함으로 가장된 위험한 관계 데이트 폭력, 이제는 쉬쉬하거나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연인관계에 가려진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솜방망이' 처벌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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