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조경태 영입 불발…호남 찾아 ‘세몰이’ 도모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안철수 의원을 주축으로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이 빠르면 금주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현역의원 합류가 멈춰선 상황이다. 최근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 논란 이후 호남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가운데 합류를 고심했던 인사들의 참여율이 저조해진 것이다.

광주·전남권을 중심으로 불던 안풍(安風)이 전북권과 수도권에도 닿기는 했지만 미풍으로 변해버린 모양새다. 전북에선 유성엽 의원과 김관영 의원이 탈당을 했지만 이후 이춘석 의원의 잔류 선언을 기점으로 사그라졌다. 또한 수도권에선 김한길 의원의 탈당 이후 인천과 경기권으로는 확산됐지만 지금은 멈춰버렸다.

게다가 호남 지역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도는 정체 내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이 영입에 애를 썼던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1일 당 잔류를 공식 선언해버리고 말았다. 박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수도권에 안풍이 재점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이 영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와도 가깝다.

또한 부산에서 3선을 한 조경태 의원은 이날 새누리당 입당을 선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조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의원은 이를 거절하고 새누리당에 합류해버린 것이다.

조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20대 총선에서 부산권에서 의석을 확보, 전국정당을 표방하는 성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사실, 이는 국민의당이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당 안팎에선 잡음이 새어나왔다. 현역의원들과 안철수 의원 측 인사들간 알력 다툼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조 의원은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언론과의 통화에서 ‘국민의당이 알력다툼이 있다고 한다’며 합류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상진 위원장의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4.19 민주묘역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국부’라고 칭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한다”며 “우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나라를 세운 분을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화합의 힘으로 미래를 끌고가려는 정치적 지혜가 대단히 필요하다”며 “과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공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역사를 공정하게 양면을 같이 봐야 한다”고도 했다.

또한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은 원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한 분이었다”며 “그 공로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와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4.19혁명을 기리는 묘역을 참배하는 자리에서 맞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보진영에선 “한 위원장이 수구적 보수 우파라는 정체성을 밝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체적으로 진보진영의 본류는 호남지역으로 분류한다.

호남에서의 국민의당에 대한 지지기반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동시에 야권 적자 경쟁을 벌이는 더민주는 호재가 됐다.

뿐만 아니라 안 의원 측이 ‘현역 의원과 공천은 별개’라는 입장까지 취하면서 더민주내 탈당을 고심하던 의원들의 탈당 바람을 자체적으로 차단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새정치라는 기치도 좋지만 외연확장이 필수적인 상황에 당의 입구를 자체적으로 축소시켜버린 셈이다.

국민의당은 위기상황을 맞아 안풍의 근원지이자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해법을 찾기로 전략을 설정한 듯하다.

안 의원은 그간 중요한 시점마다 호남을 방문하면서 세력화를 모색해왔다. 특히, 이 지역에서의 높은 지지율은 창당 작업의 밑바탕이다.

국민의당은 이날 호남에서 첫 시·도당 창당대회를 열고 세몰이에 돌입한다. 이날 국민의당은 전남 보성에서 전남도당 창당대회를 열고 곧바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광주시당 창당대회를 잇따라 연다.

이날 행사에는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등 국민의당 소속 현역 의원들과 한상진 위원장 등이 대거 참석한다.

국민의당은 광주·전남 창당대회를 통해 지지율 답보상황을 타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호남 민심 반등을 도모해 호남지역 현역의원들의 탈당흐름을 재점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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