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상황ㆍ경기 전망까지 암흑상태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와 국제유가 폭락, 달러 강세로 환율이 오르는 등의 사태가 속출하고 있어 세계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불안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면서 성장과 내수둔화, 수출경쟁력 약화 등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 중국 경기 둔화 우려…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최저치

중국경제가 연초부터 증시폭락, 위안 화 평가절하 등 홍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성장률이 6.9%에 그쳤다는 것이 알려졌다. 연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의 경기둔화세가 수치로 다시 확인된 셈이다.

이 같은 실적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로 인해 이듬해 성장률이 3.8%로 주저앉은 이후 최저치라는 점에서도 심각하다.

글로벌 성장을 견인해온 중국의 성장 둔화가 지표로 확인되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즉각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 3.6%에서 0.2% 포인트 낮춘 3.4%로 하향 조정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인 셈이다.

중국의 부진은 한국 경제에 분명 악재다. 지난해 정부의 각종 진작책으로 내수가 일시적으로나마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3%대 성장률 사수에 실패했던 것은 수출에 발목이 잡혀서였다.

수출 비중의 30%나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회복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9%를 기록해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6.3%, OECD는 6.5%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민간 연구기관들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내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2.8%)은 2%대 후반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지만 한국경제연구원(2.6%)과 LG경제연구원(2.5%)은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대비는 하되 일단은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 국제유가 폭락…배럴당 27달러선 붕괴

지난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1.91달러(6.7%)나 급락하면서 26.55달러로 종료됐다.

이는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일뿐 아니라 하루만에 28달러선에서 26달러로 추락한 것이다. 브렌트유 역시 88센트(2.7%) 급락한 27.88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의 저유가 추세는 중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나타난 결과여서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9천400만배럴이지만 공급은 하루 9천570만배럴로 공급 과잉 상태다.

또한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관적인 전망들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올해 국제 원유 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는 표현을 쓰며 앞으로 유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과거엔 유가가 떨어지면 기업 생산비용을 줄이고 가계 실질 소득을 높이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

유가가 연평균 49달러까지 하락하면 우리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오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20달러대까지 급락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경제 침체에 더해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과 신흥국 침체로 우리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 엔 약세·달러 강세…금융시장 요동

금융시장이 며칠째 요동을 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중국 증시 폭락과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외환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올 들어 급등세를 보였다. 오늘 하락세로 출발하긴 했지만 어제는 하루 9.4원 올라 5년 반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213.4원을 기록했다.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에다 위안화 급락과 중국 증시 하락, 북한 핵실험 등 악재가 겹친 탓에 원화가치가 계속 추락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달러ㆍ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한 반면 달러-원 환율이 1,200원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엔-원 재정환율도 급반등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6월 100엔당 889.23원까지 곤두박질했던 엔-원 재정환율은 지난 20일 장중 1,046.69원까지 올랐다.

급격한 환율 변동은 그만큼 현 한국 경제의 상황이 좋지 않고 경기 전망 또한 어둡다는 뜻이다.

일본 엔화의 강세와 엔-원 재정환율 상승 등으로 엔-원 롱플레이가 확산될 경우 달러-원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됐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난해 급락했던 엔-원 재정환율이 상승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엔화를 사고 원화를 매도하는 엔-원 롱플레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역외세력의 달러화 매수로 이어져 달러-원 환율에도 지지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달러환율 전망과 관련 오세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운용부장은 "중국 경제성장률이나 위안화 변동성, 유가 배럴당 30달러 붕괴 등 이미 악재가 노출돼 원·달러 환율이 더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며 "다만 유가가 추가적으로 내려가거나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우리 경제가 안 좋을 가능성이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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