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홍준표스러웠다. 아무리 위기에 몰려도 당당했다. 그러나 불편함이 느껴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지 약 6개월 만에 법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홍준표 경남지사는 포토라인에서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질문은 하지 말라”며 “아주 불쾌한 질문이다”고 일갈했다. 홍 지사는 또 노기를 띠면서 “받은 사실도 없고 성완종이가 누군지도 모른다”며 재판장에 들어갔다.

그간 지위 고하를 불구, 수많은 정치인들이 “성실히 재판을 받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홍 지사는 그간 ‘변방인’을 자처해왔다. 홍 지사가 낸 책 가운데 ‘변방’이라는 책도 있다. 세상의 주류가 아닌 변방에서 살아온 자신의 얘기를 책으로 엮었다. 검찰, 국회의원, 집권여당 대표라는 일반인이 봤을 때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그는 힘든 학창시절을 이겨내고 비주류로 성공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비주류였던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서 “홍준표는 변방에서 중심으로 나왔다”라고 선언하며 중심부로 들어섰다.

이 같은 성장 배경 탓인지 알 수는 없지만 홍 지사는 불같은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종종 설화를 일으키기도 하고 기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지역 언론사에 대해 ‘찌라시’ 발언을 했다가 사과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모 지역 언론사 임원과 마주친 자리에서 다른 당내 경선후보를 지지하는 신문이라고 지칭하기도 해 반발을 샀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선 “질문은 받겠지만 시비는 받지 않겠다”라고 말해 기자들의 단체 항의를 받기도 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에는 자신을 취재하던 여기자가 저축은행 불법자금 연루설에 대해 질문하자 “그런 걸 왜 묻느냐”며 “너 진짜 맞는 수 있어. (민주당이) 내 이름을 말했어”라고 말한 뒤 “너 나에게 이러기야?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말해 논란이 커지자 해당 기자와 언론사에 사과하기도 했다.

사람은 바뀌기 어렵다. 법원에서 보인 홍 지사의 모습은 그의 본모습이다. 홍 지사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주자의 길을 잘 걷다 의혹에 휩싸여 위상이 떨어져 버린 홍 지사의 입장은 십분 이해하지만 국민들을 대신해 의혹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명령조로 쏘아붙이는 것은 분명 듣기 불편하다. 한때 당 대표를 했고 지금은 경남도를 이끄는 도백이라면 또 나아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국민을 존중해 성실하게 재판을 받겠다고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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