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권력자론’ 발언 논란, 계파간 공방전으로 격화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새누리당의 ‘권력자 발언’ 여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레 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권력자 발언으로 당내 계파간 치열한 기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계파간 공방전으로 격화되는 양상이다.

발단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에 참석, 일명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현행 국회법과 관련, “왜 그러한 망국법인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느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입법 당시인) 그때도 우리 당내 거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를 했는데, 당시 권력자가 찬성으로 돌자 반대하던 의원들이 모두 다 찬성으로 돌아버렸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그래서 통과된 게 바로 국회선진화법”이라면서 “이런(권력자를 따라가는) 잘못을 종료시키려고 공천권에 발목이 잡힌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철학과 소신을 굽히지 말라는 뜻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내가 지금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견뎌가면서 완성했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언급한 ‘권력자’는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박근혜 대통령을 뜻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선진화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입법의 필요성을 밝히자 선진화법에 반대했던 친박계가 찬성으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같은 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친박계를 향해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려 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완장을 차고 권력자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며 “역대 정권마다 있었던 일이다. 그게 대통령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친박계가 이번 총선에 세를 확장하려는 데 대해선 “이해가 잘 안 된다”며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이 (새누리당에) 있느냐”면서 “그럼 다 친박 아니냐”고 했다. 그는 “그때 (친박계가) 다독였다면 모여 있던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몇 명의 소수가 ‘우리만 친박’이라며 밀어냈다”며 “그래놓고 다시 세력화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김 대표의 발언 이후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김 대표의 발언에 심기가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발언에 침묵한 것은 민생경제 법안을 비롯한 쟁점법안의 처리가 시급한 마당에 ‘권력자론’에 대한 반박을 할 경우 불필요한 당청 갈등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됐다.

그렇지만 김 대표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김 대표는 다음 날인 27일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정치를 하고 싶어도 구태 정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능력과 열정보다 권력자에게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얘기를 들어 용기를 못 냈을 것”이라면서 “과거에는 공천권이 당의 소수 권력자에 의해 밀실에서 좌지우지됐다”며 거듭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그러자 친박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스스로 아니냐”면서 “여당의 모든 인사권을 가지고 있고 대권후보 1위 반열에 올라있는 이 이상 권력자가 있느냐”고 따졌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야당도 분열되는 상황에서 우리 당은 조심스레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한다”면서 “김 대표가 왜 이런 권력자 발언을 해서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선진화법의 경우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 본인이 여기에 반대했지만 당 대표로서 책임있다면서 사과하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한 달도 안돼 다른 분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느냐”고 날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친박계에 대해 “권력 주변의 수준 낮은 사람들은 완장을 차 권력자의 이미지를 손상시킨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선 “이런 말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도 한목소리로 김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친박계는 김 대표의 ‘권력자론’ 발언을 성토했지만 김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발언 배경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간 김 대표는 개헌 발언 등을 한 이후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에 즉시 사과를 한 바 있다. 그럴 때마다 ‘무대’(김무성 대표의 별명) 답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는 대선을 바라보는 김 대표는 현재권력인 청와대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고 지도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세력인 친박계를 끌어안고 가야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해석도 잇따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는 7월까지가 임기인데 그 때까지 총선을 제외한 별다른 일정도 없고 자신의 임기동안 본인의 색깔을 충분히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공천관리위원장 문제로 계파간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당 복귀를 기점으로 자신에 대한 친박계의 견제가 이어지자 자칫 자신이 정치생명을 걸 정도인 상향식 공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친박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어찌됐건 김 대표의 ‘권력자론’ 발언 이후 친박계의 반발이 나오자 이에 맞서 비박계가 반박하는 등 계파간 공방전으로 격화되는 모양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중진인 정두언 의원은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발언 논란과 관련,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황우여 원내대표 시절에 한나라당이 주도해서 만든 법안이기 때문에 개정하려면 먼저 우리가 잘못했다는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며 “그래야 야당도 설득할 수 있고 국민도 납득하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그런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친박계가 김 대표를 향해 공세를 퍼붓는 것에 대해선 “(김 대표가) 없는 말을 한 것도,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닌데, 왜 시비를 거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친박계가 장차관과 청와대 참모 출신 등을 영입하는 데 대해선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라 그냥 ‘자기 사람 심자’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은 당과 대통령에 전혀 도움도 안 되고 자기들끼리 세력을 키우겠다는 것이므로 전략공천도 아니고 영입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김무성 대표가 왜 당당하지 않고 자신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과감하게 그런 것은 막고 필요한 사람은 써야 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김 대표가 배의 선장인데 이렇게 계속 흔들면 격랑 속에서 난파될 수밖에 없다”면서 “정말 총선 실패를 원치 않는다면 당 대표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친박계를 겨냥했다.

이에 맞서 친박계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상향식 공천 제도에 대해 옹호하려다 그런 말까지 한 것 같은데, 대표로서 약간 오버하신 것 아닌가 싶다”면서 “의도를 갖고 말했다는 것이 밝혀진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홍 의원은 이어 “그것에 대해 잘못했다든지, 실수했다든지 그런 말은 안 하고 연거푸 그런 (권력자 표현) 말씀을 계속 하셨다”고도 지적했다.

홍 의원은 또 “우리가 과연 인재 영입도 안하고 상향식 공천 제도 하나만 밀고 나가서 ‘야당이 분열돼서 우리는 180석 얻는다’ 이런 태평스러운 말을 한다. 총선에서 지면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하시나 걱정이 된다”며 “이것을 자꾸 진영 논리로만 말하니 저희는 조바심이 나 죽겠다”고 김 대표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지금 이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나무를 너무 열심히 쳐다보다 보니 숲 전체를 보는 데에 약간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도 했으며 김 대표가 공관위원장에 이한구 의원을 인정하는 대신, 공심위원 임명 권한을 달라고 한 데에 대해선 “권력자 역할을 하시려고 하는 건가”라고 비꼬았다.

일견, ‘권력자론’으로 계파간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결국 ‘공천권력’을 두고 양측이 벌이는 전쟁이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인 셈이다.

현재 양측은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직을 건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데 공천권에 계파의 미래, 올해 7월에 예정된 당권 경쟁, 나아가 대권까지 걸려있어 공방전과 신경전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