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으로 주택 구매심리 위축

[투데이코리아=김영훈 기자] 수도권에서 신규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소득심사가 한 층 강화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1일부터 시행됐다.

은행들은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 오면 담보로 맡기는 집의 가치와 소득 흐름, 신용등급 등을 보고 대출금을 얼마까지 줄 수 있는지, 대출금리는 얼마로 할지를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대출 금리를 변동형으로 할지 혹은 고정형으로 할지,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을지 아니면 만기일에 한꺼번에 상환할지를 돈 빌리는 사람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우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서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대출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환능력 평가를 위한 소득 심사가 꼼꼼하게 이뤄지고 이자 뿐 아니라 원금도 처음부터 갚아야 한다.

기존에는 은행이나 대출 금액에 따라 길게는 5년까지 이자만 내도 됐지만, 앞으로는 이런 거치 기간을 1년 이상 두기 어려워졌다.

이밖에 빚 갚는 능력을 평가할 때도, 신용대출 등 별도로 빌린 돈의 이자뿐 아니라 원금까지 함께 따지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이 급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29일 기준) 일일 평균 거래량은 17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20건)보다 20% 감소했다. 전세도 243건으로 전년(334건)보다 27%나 줄었다.

서성권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이달부터는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 대출 심사기준이 강화돼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설 연휴 이후 실수요의 매매전환 움직임에 따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공인중개사도 "지난해 말부터 주택 매매가 줄기 시작해 최근에는 매수자가 없어 초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등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거래 위축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거래가 위축되면서 강남 일부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내려갔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49㎡는 2개월 만에 1억2000만원 떨어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104㎡는 3개월 전 대비 8500만원 내렸다.

전문가들은 거래 위축이 분양 시장과 전세 시장에도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겨울 비수기의 요인도 있지만 대출규제 강화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데 따른 것이다.

또 일각에서는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시장이 급감함에 따라 미분양 주택의 증가 등의 위험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70.6%(1만1천2가구) 늘어난 2만6천578 가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대출 강화 방침과 금리 인상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며 전반적으로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규제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지역으로 최근 2~3년새 공급이 급증한 수도권 신도시를 들었다

아울러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확대ㆍ시행되는 비수도권 지역에선 그동안 많이 오른 대구, 광주, 부산과 공급 과잉을 빚은 충남ㆍ전남 등을 영향권으로 거론했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까지 기준선을 웃돌며 양호한 흐름을 유지해 온 주택사업환경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발표·집단대출 규제·공급과잉 논란 등의 주택시장 악재가 겹치면서 급격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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