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지난 18일 CGV 왕십리에서 영화 <커터>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첫 장편영화를 만든 정희성 감독과 아직은 연기 경험이 부족한 젊은 배우들 김시후(윤재 역), 문가영(은영 역), 최태준(세준 역)은 많이 긴장했다고 털어놨지만 자신들의 생각을 거침없이 명확하게 전달했다.

<커터>는 술에 취한 여성에게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만든 후 성매매 하는 끔찍한 범죄에 고등학생들이 가담한다는 내용이다. 정 감독은 “성범죄나 사회문제들이 10대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어른들의 이기적인 측면이 아이들에게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20대 초, 중반인 김시후와 최태준은 자신들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각 캐릭터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그들의 감정 표현이나 가치판단에 대한 미성숙함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입을 모았다. 문가영은 “오빠들과는 다르게 감정선이 복잡한 부분은 없었다.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 속에서 순수하고 청량감을 주는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말처럼 이 영화는 주인공들의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정 감독은 “자극적인 소재이지만 세 인물의 관계나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관객들도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당부했다.

극을 전개시키는 것은 두 인물 세준과 윤재의 관계 변화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도 많고 싸움도 제일 잘하는 세준은 왠지 우울해 보이는 전학생 윤재에게 마음이 끌린다. 윤재는 세준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자꾸 숨기려한다. 세준을 짝사랑하는 은영을 좋아하게 된 윤재는 점점 더 세준에게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되고 세준은 윤재의 거짓말을 다 알게 되면서 더욱 그에게 집착한다.

최태준은 세준의 이런 집착에 대해 “모든 게 내 마음처럼 됐던 상황에서 전학 온 윤재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서 나오는 집착이 아닌가 생각했다. 제 고등학생 때를 생각했을 때 저도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 대한 나의 감정이 이런데 그 친구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을 때 느꼈던 서운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배우들 간의 호흡은 촬영 현장에서 매우 중요했다. 김시후는 “서로서로 대화를 많이 했고 모르는 것은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스탭들에게 물어보고 배우면서 즐겁게 촬영했다”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영화의 마지막 직전까지 주인공들은 어른들의 범죄에 적극 가담하지 않는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큰 죄책감 없이 범죄를 돕는다. 그 과정에서 이 범죄의 심각성은 얇아지고 점점 주인공들의 관계 변화가 전면에 배치된다. 그러던 중 그들은 씻을 수 없는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정 감독은 이에 대해 “누구나 우발적으로든 어쩔 수 없어서든 불합리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10대기 때문에 더욱 판단력이 없고 충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이서 이런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며 “아이들은 범죄에 대한 이성적 판단보다는 용돈이나 놀이, 연애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더 많이 하는 편이다. 어둠 속에 있었기 때문에 범죄에 연루된 것이 아니라 비교적 평범한 학생들도 찰나의 순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 <한공주>, 2015년 <소셜포비아>에 이어 2016년 또 한편의 청소년 범죄 영화가 나왔다. <한공주>가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마비된 청소년들을, <소셜포비아>가 범죄 인식을 훼손하는 ‘SNS 놀이 문화’에 노출된 청소년들을 부각 시켰다면 <커터>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들의 ‘유리알 같은 심성’을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청소년들의 범죄 행위만 보지 말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관객들이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의 부모이고 삼촌이고 이모일 수밖에 없는 어른들이 꼭 봐야만 할 것 같은 영화 <커터>는 3월 30일 개봉한다.

<사진제공=영화사 하늘>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