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생물의 낙원 ·2000 여 생물종 서식


[투데이코리아=김신웅 기자] 세계최대의 호수 바이칼은 시베리아에 있다.
면적을 비교하면 이 호수보다 더 넓은 호수도 있지만,
수심이 깊고 수량이 풍부해 담수호로서는 이 호수가 단연 세계 최고다.
길이 636㎞에 가장 넓은 지역의 너비가 80㎞에 이르는 바이칼 호는 우주 위성에서 보면 반쯤 감긴 푸른 눈처럼 보인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담수의 5분의 1가량은 이 호수에 고여있는 셈이다.
이는 북아메리카에 있는 오대호의 물을 모두 합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 바이칼의 수심은 1,600m가 넘는다.



현재 이 호수로 흘러드는 강과 하천은 300여 개에 이르는데 흘러나가는 물은 앙카라 강 하나뿐이다 이 호수의 물이 갑자기 말라 버린다고 가정하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강물을 끌어모은다 해도 종전의 수위를 채워 넣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바이칼을 “풍부한 호수”나 또는 바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호수가 워낙 크고 변화무쌍하다 보니 연안의 선원들은 배를 타고 “바다에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모스크바의 한 과학자는 이 호수를 가리켜 “어린 시절부터 우리가 모두 듣고 자란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했다. 수변구역 곳곳의 수려한 해안과 수정처럼 맑은 물 그리고 특이한 생물들의 메들리 등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지질학자들의 이론에 따르면 대륙이 부딪치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인해 여러 개의 깊은 지구대가 형성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이칼 호 지구대라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호수는 침전물로 인해 얕아지거나 습지로 변하지만 바이칼 호는 그렇지 않다. 그 이유를 과학자들은 호수 밑바닥의 지각 구조 판이 아직도 움직이면서 지구대가 계속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 호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얕아지는 것이 아니라 해가 갈수록 오히려 더 깊어진다.
또한, 지각판이 움직이면서 호수 바닥에서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바이칼 호의 수중세계” 바이칼 호는 너무 깨끗하고 맑아서 수중 50m 아래까지도 불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 호수는 조류와 박테리아 때문에 물이 뿌옇지만,
이 호수에는 에피슈라 라는 작은 갑각류가 여과 장치처럼 조류와 박테리아를 걸러주기 때문에 물이 깨끗하게 유지된다.
여기에 호수에 서식하는 많은 가재가 생물의 배설물을 썩기 전에 먹어 치운다.
이 때문에 호수의 물속에는 불순물이 거의 없다.
이처럼 바이칼 호는 물이 맑기도 하지만 다른 호수와는 달리 산소가 매우 풍부하다.




바이칼 호는 수직과 수평으로 물이 흐르면서 산소가 호수의 가장 깊은 곳까지 운반되고 물이 잘 섞이기 때문에 호수 전체가 생물들로 활기를 띤다.


이 호수에 서식하는 수중 생물은 2,000여 종으로 이 중 1,500종은 바이칼 호에서만 발견된다.


산호처럼 초록색 해면들은 물속에서 사는 수많은 작은 동물들의 은신처가 되고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동물들은 호수의 따뜻한 물이 솟구치는 열수공 주위로 모여든다.



바이칼 호의 주요 어종으로는 추운 지방에 서식하는 오물(omul)이 있다. 이 은빛 물고기는 맛이 좋아 어부들이 매우 선호하는 어종이다.


골로미양카는 바이칼 호수에 사는 물고기 가운데 가장 특이하다. 이 물고기는 크기가 작고 몸이
반투명성이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낸다. 호수 바닥에 서식하는 이 물고기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다. 몸은 3분이 1이 지방질이며 비타민A가 풍부하다. 수심 200m에서 450m의 강한 수압을 견디며 살아가지만, 햇빛을 받으면 몸이 녹아내려 뼈와 지방질만 남는다. 이곳 바이칼 호에만 서식하는 유일한 물범 “네르파”는 먹이 중 골로미양카를 제일 좋아한다.



“바이칼의 4계절” 바이칼 호는 연중 5개월가량은 얼음으로 뒤덮인다. 1월 말쯤이면 얼음 두께가 1m에 이른다. 얼음 위로 걸어가다 보면 바닥에 있는 산과 바위가 보여서 얼음이 얇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약 100년 전에 러일 전쟁 당시엔 이 얼음 위에 철로를 놓아 65대의 기관차를 이용해 군수물자를 실어나르기도 했다.
4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얼음은 쩍쩍 갈라져 엄청난 굉음을 내며 부서진다.
봄마다 호수에서 들어오는 이러한 소리가 현지 주민들에게는 “얼음이 연주하는 음악”과도 같다.




이 얼음이 녹아 호수의 표면이 드러나면 흰 가슴 물까마귀와 같은 새들이 돌아온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호수는 잠깐 초록색으로 변한다. 해안 곳곳에서 바라보면 ‘손에 잡힐 듯 말 듯 진주처럼 부드럽게 빛나는 호수의 수려한 풍광, 물과 하늘이 연출하는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을부터는 호수에 폭풍이 불어 닥칩니다. 때로는 호수 쪽으로 태풍처럼 강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강한 폭풍의 영향으로 4~6m의 높은 파도가 일어 대형 여객선과 어선이 침몰하기도 한다.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 바이칼 호”
바이칼 호는 혹독한 시베리아 있지만, 그 주위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네 줄기의 장대한 산맥이 호수를 감싸고 있는데 그곳에는 순록과 멸종위기에 처한 시베리아 산양이 생존하고 있다.
낮은 지대에는 스텝이라고 하는 초원이 펼쳐져 있는데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어 시베리아의 꽃밭으로 불리고 있다.
그 초원에는 쇠재두루미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새인 느시가 살고 있다.




바이칼 호에는 울창한 수림 타이가가 있다. 이 타이가는 그 크기만 해도 브라질의 아마존 강 우림의 두 배나 된다.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타이가 역시 세계의 생태계와 기후를 유지하게 시켜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이가에는 들꿩의 일종인 노랑 부리 큰 뇌조와 바이칼 쇠오리 등 여러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또 이곳에 서식하는 포유류 중에 볼만한 동물은 유명한 검은담비다. 한때 고급스러운 모피를 얻으려고 마구 사냥하는 바람에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자연보호 단체들의 노력으로 차츰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 검은담비의 보호를 계기로 지난 1916년 바이칼 호 연안에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했다.


현재 각각 세 개의 자연보호 구역과 국립공원이 바이칼 호를 끼고 있는데, 국립공원에는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다. 바이칼 호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 유산이며 유명한 관광지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한 관광 안내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바이칼 호는 생물학자들의 낙원이며 느긋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멋진 해변과 훌륭한 하이킹코스가 있고, 새를 관찰할 수도 있으며 한가롭게 보트를 탈 수 있는 바이칼 호는 아시아에서 손꼽는 휴양지가 될 입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했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바이칼 호의 자연 생태계 그대로 보존되어 다양한 생명체들의 삶터의 낙원으로 유지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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