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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유튜브에 올린 투표독려 영상[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투데이코리아=신동욱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투표독려 광고영상이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만들어져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성차별적 투표독려 영상으로 논란에 휩싸인데 있어 더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25일 선관위는 ‘못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한 소개팅 자리. 약속 시간에 늦은 남성이 도착한다. 여성은 대뜸 “오빠, 그거 해 봤어요?”라고 남성에게 묻는다. 당황한 남성은 “초면에 벌써부터 진도를…”이라고 말한다. 이후 남성은 응큼한 상상을 한다. 그 다음은 “오빠랑 하고 싶긴 한데...” 등 더 노골적인 대화를 하며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해당 영상의 마지막은 여자와 남자가 같이 투표를 하러 가는 장면이 나오고 자막에는 4월13일 그들의 희망이 이뤄진다는 문구가 올라온다.

하지만 이 투표독려 1분 18초짜리 영상에는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내용이 무려 1분이나 차지한다. 제목도 ‘알아들으면 최소 음란마귀’다.

영상 분량의 절반 이상 차지하는 선정적인 내용 탓에 ‘투표’라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이에 여성을 성적 대상화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의 이 홍보 영상은 31일 오전 9시 기준 삭제된 상태다. 이 영상 제목과 내용이 선거를 독려하는 영상이라기보다 부적절한 상상을 하게 한다는 반응이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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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설현이 출연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표 참여 홍보 영상의 한 장면[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앞서 선관위는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홍보대사로 인기 걸그룹 에이오에이(AOA) 멤버인 설현을 내세워 선거홍보 CF를 제작했다.

이 홍보영상에는 설현이 얼굴에 에센스를 정성껏 바르며 “영양, 보습, 탄력, 윤기… 언니, 에센스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라고 나무라듯 말한다. 이어 “4월 13일 국회의원 선거 아름다운 선택 기대할게요”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는 “여성 유권자에 대해 ‘개념 없고, 시민의식 없는 시민’처럼 묘사하는 등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지난 28일 홍보 영상 배포 중단과 유권자에 대한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선관위는 이전에 이와 비슷한 사례로 여성단체를 비롯한 유권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4년 전국동시 지방선거 홍보 웹툰 ‘美리미리사전투표’서 여성이 미인대회 출전을 위해 선거 전날 쌍꺼풀 수술을 해 투표를 망설이고, 사전투표 방식이 간단해졌음에도 투표를 귀찮아하는 모습을 담았다. 당시 선관위는 논란이 되자 웹툰을 삭제했으나 여성유권자에게 공식 사과하지 않았다.

여성연합은 “2014년에 이어 또다시 이런 시각으로 여성 유권자를 다루는 선관위는 정말로 미인대회 출전, 성형수술, 화장품 고르는 것으로 여성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비판했다.

또 “재미와 흥미 유발을 위한 소재 설정이라도 불쾌감을 느끼는 유권자가 있다면 이는 적절하지 않은 소재”라며 “성평등 의식과 차별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야 할 국가기관이 성별 고정관념과 청년 유권자에 대한 편견 등 그릇된 인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한 것은 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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