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화학물질 판매 허가만 받으면 끝, 구매자도 제한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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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정진우 기자]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염산, 황산 등 위험한 유해화학물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정부가 대형 오픈마켓과 협약하는 등 유통체계 감시를 강화했지만 경찰서 내 염산테러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4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발생한 경찰관 염산 피습 사건 범인 전모(38·여)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염산을 구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전씨는 대형 오픈마켓에서 염산 500㎖를 구입해 250㎖를 보온병에 담아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염산 판매업체는 “희석된 실험용 시약으로 피부가 녹아내릴 정도는 아니다”고 해명 했지만 실험용 역시 인체에 극히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황산, 염산 등 유해화학물질의 온라인 유통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대형 오픈마켓 3사와 협약을 맺어 감시를 강화했다.

환경부 화학물질사이버감시단은 온라인 불법유통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시, 오픈마켓에 건넨다. 업체들은 위험물질을 판매하는 곳이 있으면 자체적으로 판매중지와 같은 조치를 한다.

지난해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염산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때는 실명인증을 받게 돼있다.

공업용으로 쓰이는 고농도 염산의 유통도 문제다. 일부 전문업체들은 고농도 염산 판매를 포털 등에서 광고한다. 대부분 대량으로 구매하는 사업자에게만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고 실제 매장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범죄에 사용하려고 구매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보고 유통 단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되면 대응 방안을 세밀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관악경찰서 염산테러와 같은 산 관련 테러는 1999년 5월 대구에서 벌어진 고 김태완 군(사건 당시 6세) 황산테러 때에도 있었다.

길을 걷고 있던 김 군은 누군가가 자행한 황산테러로 쓰러졌고, 긴 투병 끝에 목숨을 잃었다.

영구미제로 남은 이 사건이 발단이 돼 ‘태완이법’(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군 사건 이후에도 수차례 산을 활용한 테러가 있어 왔다.

2011년 홍모 씨가 4살 어린 회사 사장이 반말로 질타했다는 이유로 사장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고, 흉기를 휘둘렀다.

한 대학 조교수는 2014년 조교 강모 씨를 비롯한 5명에게 황산을 뿌려 전치 2~8주의 화상을 입히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30세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을 던지고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에 환경부가 지난해 말 SK플래닛, 인터파크,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과 손잡고 염산·황산 등 유해화학물질 온라인 판매 차단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아직까지 큰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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