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뒤집힌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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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페셜 포스터 <제공=시네마달>

“여보세요? 지금 보건복지부하고 중앙부처에서 지금 내려오고 있다는데
서거차도는 섬이라 못 가잖아요? 팽목항으로 지금 모든 사람들이 온다는데 어떻게 하죠?”

“아니 높은 양반들이 서거차로 오든 팽목으로 오든 저희들은 모르겠고요.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는게 우선 아닙니까”

“그거는 그런다 치고요....”

- 영화 중 당시 실제 통화 내용 -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2014년 4월 16일. 영원히 잊지 못 할 그날. 봄의 기운이 한창이던 2년 전 이즈음 304명의 생명이 차디찬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생존자 172명도 커다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가족들 포함 친척, 친구, 동료 등등 모두 합치면 그 피해자 숫자는 세, 네 배는 늘어날 것이다. 단지 숫자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충격이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지난 3월 31일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다운> 시사회가 열렸다. 사건 <다이빙벨>(2014), <나쁜나라>(2015)에 이어 세 번째 세월호 관련 영화다. <다이빙벨>은 참사 발생 직후 구조현장에서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구조 당국의 행태들을 고발했고, <나쁜나라>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유가족들을 밀착 취재해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동시에 정부와 국회의 무성의하고 무책임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다이빙벨>과 <나쁜나라>가 정치세력들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울분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면 <업사이드다운>은 사건을 되돌아보고 우리 사회 전체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숙고해보는 ‘성찰’이자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숨고르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세월호 참사에 접근한다. 하나는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 아버지들의 인터뷰이며, 다른 하나는 다양한 분야 16인의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모순을 진단한 증언들이다.

담담한 듯 애절한 아버지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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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제세호 군 아버지 제삼열 씨, 고 박성빈 양 아버지 박영우 씨, 고 김다영 양 아버지 김현동 씨, 고 한고운 양 아버지 한복남 씨. 아이들이 태어나던 당시의 모습, 자라온 환경, 꿈꾸던 미래, 그리고 수학여행을 떠나기 바로 전 모습까지 그들은 아버지로서 가진 아이에 대한 기억들을 애써 담담하게 풀어 놓는다. 그러나 생전의 마지막 기억을 얘기하면서는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이 시대의 가장으로서의 아버지들은 일이 바빠서 혹은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꼭 껴안고 생전에 못했던 애정 표현도 하고 싶고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여기서 울고 있으면 내 아이는 피눈물 흘리고 있을거야”라고 말하는 성빈 아버지의 말이 찡하니 가슴을 울린다. 어머니의 마음과는 또 다른 아버지의 마음이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월화와 함께 대한민국의 상식도 침몰

그리고 영화는 침몰 당시의 119 상황실 교신 내용과 자료화면을 보여주면서 긴급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

국가의 국민 보호 시스템 침몰. 재난의 첫 신고로부터 2시간(골든타임) 동안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팽목항으로 모여들었고 이하 관련 기관들, 취재진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말 웃픈 현실이지만 단지 그렇게 자기들끼리만 바빴지 정작 국민을 구하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부터 실무자에 이르는 구조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언론의 공정성 침몰. 재난 상황에서는 정보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정부는 정확한 탑승인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언론은 잘못된 정보를 여과 없이 보도했다. 진도체육관에 모여 있는 가족들조차도 제대로 된 정보를 듣지 못했고 들리는 언론 보도는 현장 상황과 전혀 달랐다. 이런 정보의 혼란은 유가족들을 점점 분노하게 만들었다.

생명의 존엄성 침몰. 청해진해운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배의 구조를 변경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의 선원들도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선장도 비정규직이다. 사고 당시 선장은 회사와 28분 동안 통화하면서 승객의 안전이 아니라 오로지 보험처리, 과적한 것을 어떻게 피할 수 있겠느냐, 책임을 면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와 관련된 법과 규정은 엄격하게 관리 감독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안행부나 해경의 간부들이 퇴임하면 선박회사와 여러 유관 단체들에 임원이나 이사로 들어간다. 이렇게 형성된 인맥은 관리 감독 체계를 무력화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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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진선미 의원은 “우리 행정부는 전문가를 키우는 시스템이 아니다. 누구나 순환보직이라는 체제 속에서 전문성에 관계없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부서를 옮겨야 한다. 결국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실제로 아무도 없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한편으로 일반 국민들이 타성에 젖어 있는 것도 문제다. ‘이 정도는 어겨도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들이 계속 쌓여 평형수도 빼고 고박도 대충대충 하고 과적도 했던 것이다. 코바범죄연구소 공정식 박사는 “타성에 젖는 것은 무서운 거다. 이런 사건이 생겼을 때 확실하게 파격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불신은 더 심화되고 안전 불감증도 없앨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언론도 구조적으로 커다란 결함을 가지고 있다. 언론이 언론사주의 지배를 받고 이 사주들이 권력과 손잡으면서 이윤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띤다. 변상욱 CBS 콘텐츠본부장은 “군부독재시절에는 정부의 호의적이었던 대학의 총학생회나 방송국, 신문에 있던 학생들이 언론사에 특채로 들어가곤 했다. 지금 주요언론사의 사장, 본부장을 하는 사람들은 그런 학번 쯤 된다. 그러니까 한국 언론은 구조적으로 정부의 통제를 받는데 길들여져 있다”고 말한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인간으로서 가장 고통스러운 게 가족의 죽음이다. 특히 자녀의 죽음. 그런데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다른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있다. 세호 아버지는 “내가 내 집 다 팔아서 내가 돈 줄 테니까. 내 아이 여기 데려다놔!”라고 분통을 터트린다. 공정식 박사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공감을 하지만 고통스러우니까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세월호 때문에 정치가 경제가 발목 잡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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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지 않아도 그들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짤막한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음에도 이후에 또 한 번 국민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 받았다.

그렇게 정부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반면에 유가족들은 2년 가까이 이 싸움을 계속하면서 슬픔을 승화시킬 수 있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진실규명’이나 ‘애도’라는 의미를 넘어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일종의 운동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사회가 끝나고 고 이재욱 어머니 홍영미 씨는 “2주기, 3주기, 정말로 충분히 승화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할 것이다.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만큼 행동하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세상이 변화될 것이라 믿는다. 각자의 위치에서 지켜봐주시고 참여해 주시길 바란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영화 <업사이드다운>을 보는 유가족들은 ‘너무 약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영화는 충분히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동빈 감독은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서 잠시라도 멈춰 서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자 했다.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을 치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주기 기념일 이틀 전인 4월 14일 개봉한다. 많은 국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한번쯤 반추해 보고 내 안에 숨어 있는 ‘타성’이나 ‘무사안일’은 없는지 반성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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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사진1. 시사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감독과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좌측 흰옷 부터 김동빈 감독, 고 이재욱 군 어머니 홍영미 씨, 고 김다영 양 아버지. 사진2. 김현동 씨. 사진2 홍영미 씨. 사진3. 김동빈 감독>

<사진=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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