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가족들 "檢 수사 앞둔 사과는 진심으로 한 사과 아냐"



[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롯데마트 측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 대해서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8일 오전 11시 김종인 대표는 서울 소곡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해 그간 큰 고통과 슬픔을 겪어오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분들께 많이 늦엇지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8월 문제제기 이후 공식적으로 명확한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인규명과 사태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 이제는 더이상 시간을 늦추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아울러 피해보상 관련해서는 피해보상 전담 조직을 설치하고 피해보상이 필요한 피해자들의 선정기준과 보상 기준을 객관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대표는 "검찰 수사 결과에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된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을 위해 검찰 수사 종결시 피해보상 협의를 바로 추진할 것"이라며 "진정으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2005년부터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원료로 PB 가습제 살균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외주 생산해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바 있다.

PHMG는 2011년 급성 폐질환으로 임산부와 영·유아 등 수백명이 잇따라 사망한 뒤 질병관리본부가 집단 폐 손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물질이다. 피해자가 가장 많은 영국 옥시레킷벤지커의 '옥시싹싹 뉴 가습기당번' 제품에도 이 성분이 포함돼 있다.

관련 살균제는 1994년 최초로 시판된 바 있으며, 2001년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4년 홈플러스, 2006년 롯데마트가 관련 제품을 선보였다. 2011년 문제발생 후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며, 롯데마트는 해당 제품을 당일 전량 회수·폐기했다.

한편, 이번 롯데마트 사과와 관련해 가습기 살균세 사망사건의 가족들은 "오늘의 사과는 피해자와 국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롯데마트의 공식 기자회견과 같은 시각인 11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를 하려면 하루라도 먼저 했어야 한다"며 "오늘의 사과는 검찰에 사과를 한 것이다. 검찰 수사를 하루 앞두고 검찰에 잘 봐달라고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국민이 롯데마트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는가"라며 꼬집었다.

이들은 "김종인 롯데마트 사장이 말했던 것 중 빠진 것이 있다. 신고된 피해자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지난 2006년부터 롯데마트 PB 제품을 사용한 뒤 죽거나 다친 피해자는 부지기수로 많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마트는 자체적으로 피해 신고센터를 세워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아야 한다"며 "모든 매장에 포스터를 붙이고 해당 상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발생한 분들에 대한 신고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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