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곽재용 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

<영화 포스터>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1983년의 지환(조정석 분)과 2015년의 건우(이진욱 분)는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큰 부상을 당하게 된다. 그 이후 꿈속에서 서로의 일상과 생각까지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된다. 윤정(임수정 분)과 결혼을 앞 둔 어느 날, 지환은 건우의 꿈에서 윤정이 살해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를 막으려고 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만다. 그 사건은 아직까지 미결인 상태로 건우에게 남겨진다. 그런데 건우는 윤정과 똑같이 생긴 소은(임수정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점점 윤정의 살인 사건에 빠져들게 된다.

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로맨스

<영화 스틸 컷. 83년의 윤정>

스릴러는 흔히 희생자와 살인자 그리고 탐정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둠, 비, 안개, 피 등 암흑의 미장센을 활용해 긴장감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대표적 감성주의 곽재용 감독의 스릴러는 여기에 진한 감성을 추가했다. 지난 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곽 감독은 “스릴러 장르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제 특기인 멜로 감성을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80년대 지환과 윤정의 연애에는 현재와는 다르게 내향적이며 진지하면서 동시에 풋풋하다. 과학실 몰래 데이트를 하다가 들켜서 어쩔지 몰라 한다. 키스를 하는 데도 윤정은 살짝 눈을 감고 지환은 부드럽게 다가간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도 그 시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 만큼 낭만적이다. 윤정은 ‘환생’을 믿고 있으며 다시 태어나도 지환을 만나고 싶다고 고백을 한다. 지금의 관객들이 보기에는 닭살일 수 있지만 정말 그 시대에는 그런 낭만이 있었다.

<영화 스틸 컷. 83년의 지환과 윤정>

이런 회고적인 감성 표현에 두 연인을 연기하는 조정석과 임수정의 시간을 초월하는 외모도 한 몫 했다고 본다. 두 배우 모두 어딘지 모르게 80년대 감성에 어울린다.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의 조정성은 어느 시대에 있어도 인기가 많을 것 같은 외모를 가졌다. 임수정은 시간을 거스르는 외모 덕에 80년대와 현재 다르면서도 비슷한 윤정과 소윤을 훌륭히 표현했다.

감성을 바탕에 깔고 보면 긴장감과 감동이 두 배

사실 이 영화는 스릴러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면 실망할 수 있다. 하지만 곽재용 표 감성이 녹아든 이 영화의 메인 카피처럼 ‘감성추적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감성파 배우들의 뛰어난 멜로 연기와 80년의 감수성이 만나면서 기본 골격인 시간 이탈 SF 스릴러에 긴장감과 감동의 깊이를 더했다.

두 개의 시간대를 오가지만 하나의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스토리의 구심력이 흔들리지 않았다. 박진감 넘치는 추적씬이나 결투씬은 <추격자>의 이성제 촬영 감독이 연출한 만큼 그 기대에 부응했다.

<영화 스틸 컷. 2015년의 소은과 건우>

이 영화를 진짜 재밌게 보고 싶다면 지환에게 감정이입을 하면 된다. 지환이 범인을 잡는 다고해서 죽은 윤정이 살아 돌아 올 수는 없다. 왜 만신창이가 되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범인을 잡고 싶어 했을까? 곽 감독은 “영화에 행복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주변 상황이 좋은 쪽으로 바뀜으로서 행복이라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었다.

사실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스릴러에서 긴장감을 약화시키기는 하지만 영화 전체적으로 놓고 봤을 때 행복이라는 감성을 심어주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전혀 생뚱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지환이 범인을 잡으려는 이유가 단지 복수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영화는 평범한 스릴러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건우를 통해서 2015년의 소은 그리고 그 범인에 의해서 불행해질 미래의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환을 연기한 명품 배우 조정석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비 맞고 뒹글고 뛰어다니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미래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은 절박한 마음을 잘 표현해 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하나를 소개하고 한다. 지환과 건우가 동시에 한 공간에 있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유일하게 두 개의 시공간이 겹치는 독특한 장면이다. 지환이 체육관 화제 사건을 막아내면서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체육관이 생겨난다. 건우는 변화된 현재를 확인하러 체육관을 찾아가고 지환은 그 곳에서 범인의 흔적을 찾고 있다. 물론 서로를 직접 볼 수 없지만 두 주인공이 각자의 소중한 것을 반드시 지켜내야 겠다는 다짐을 하는 비장한 장면이다. 이는 단순한 스릴러가 아닌 감성추적 스릴러 <시간이탈자>만의 특징인 것이다.

<사진1=지난 5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 임수정>



<사진2=지난 5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 조정석>


<사진3=지난 5일 CGV 왕십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의 좌측부터 곽재용 감독, 임수정, 조정석>



<포스터 및 영화 스틸 컷=CJ엔터테인먼트/상상필름>, <사진=노철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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