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또 다시 원점으로,


[투데이코리아=노철중 기자]지난 19일 CGV 용산에서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하 <캡틴아메리카>)가 언론에 공개됐다. 대체로 <슈퍼맨 대 배트맨:저스티스리그의 시작>에 비해 호의적인 평가가 나왔다. 물론 DC와 MARVEL이라는 스타일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액션이나 만듦새에서 훨씬 낫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더 많은 히어로, 그만큼 다양한 액션

일단 <캡틴아메리카>의 액션은 매우 성공적이다. 태권도, 가라데, 유도 등 마샬 액션, 공중 추격전을 벌이는 고공 액션 그리고 스파이더맨 특유의 곡예 액션과 스칼렛 위치의 염력 액션까지. 이렇게 다양한 액션이 가능한 것은 다양함 속에서 꺼지지 않은 각 캐릭터들의 독특함 때문이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물론 개인 대 개인 아니라 6대 6 양팀 대결이다. 팀 구성은 정부가 어벤져스를 관리 감독하게 내 놓은 법안, 즉 ‘슈퍼히어로 등록제’에 찬성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대결 방식은 특별한 규칙이 없는 자유형이다. 따라서 각자의 파워 수준에 따라 싸우는 게 아니라 객관적으로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두 히어로가 맞붙을 수도 있고 팀 동료가 위험에 처했을 때는 도와주기도 한다. 작전을 세워 협공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누가 이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악당과의 대결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은 결과 보다는 히어로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액션들을 그저 즐기면 된다. 장장 16분에 달하는 시간동안 이들이 펼치는 기예와 곡예 무술의 한 판 잔치는 경이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아무리 액션 영화라고 훌륭한 액션으로만 꽉꽉 채워서 영화를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액션들이 스토리 내에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야 하고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있어야 한다.


독이 든 성배, 슈퍼히어로 등록제

‘슈퍼히어로 등록제’는 <캡틴 아메리카>의 액션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즉, 내전(시빌워)의 계기가 된다. 정부가 제안하는 법적인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둘 것인가? 아니면 ‘자유의지’로 나름의 방식을 책임을 지고 범법자가 될 것인가?

사실 이전까지 ‘어벤져스’는 비록 정부와 연관되어 있기는 하지만 독자적인 단체였다. 미국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그들이었기에 UN과 독립적인 지위에서 협력하는 대등한 관계였다. 그러나 그들은 정부나 법체계에 순응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악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에 정부는 착한 쪽이면서 동시에 나쁜 쪽이었다. 어벤져스 시리즈에 등장하는 ‘히드라’나 ‘쉴드’는 냉전시대의 KGB나 CIA의 은유적 표상이다. 정부는 비밀조직이라는 가면을 쓰고 악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캡틴아메리카와 수퍼솔저를 비인간으로 만들어 정의의 승리라는 ‘헤게모니’에 이용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그들을 하루아침에 배신자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단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히어로들은 ‘진퇴양난’에 빠진다. 그들은 자의든 타의든 이중적인 정부와 공생관계를 유지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 이는 히어로물의 분명한 한계다.

성배의 독을 맛 봤던 캡틴과 아이언맨

스티브 로져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미국의 비밀 첩보 조직 ‘쉴드’의 비밀실험의 결과물로 비인간화 된 캡틴 아메리카로서 전쟁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다. 그리고 그가 끝까지 보호하려고 하는 윈터 솔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단체로부터 쇠뇌를 당해 이용당하는 신세다. <캡틴아메리카 : 윈터 솔저>에서는 그는 쉴드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Jr. 분)는 미국 굴지의 방위산업체 사장으로서 오로지 무기를 파는 것에만 집착했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테러집단으로부터 큰 부상을 당하고 스스로 아이언맨이 되고 그들과 싸운다.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으며 정부와 협력해 테러집단을 응징하는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정의 보다는 개인적 욕망을 더 우선시 하는 인물이다.

두 히어로는 공통적으로 한때는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비인간화 되었고 그 때문에 생긴 막강한 힘은 스스로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어야 하는 정부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언제든지 그들을 이용할 수 있고 제거할 수도 있다. 독이든 성배를 얻음으로서 필연적으로 생긴 종속적인 관계는 캡틴아메리카, 어벤져스 시리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서브 플롯’이다.

영원히 부유(浮游)할 수밖에 없는 영웅들

수퍼히어로 시리즈물은 흔히 다음 편을 염두에 둬야 하고 관객들이 안심하고 극장 밖을 나가길 원한다. 태생부터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가는 만큼 반드시 이익을 얻어야 하는 상업주의 논리에 갇혀 있을 운명이다. 다양해진 관객들의 요구와 팔짱끼고 삐딱하게 볼 준비가 항상 돼있는 평론가들도 있다.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것도 또 하나의 숙제다.

결말은 정해져 있고 수많은 요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탄탄한 스토리, 개연성, 실감나는 CG, 웃음, 감동 등등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다. 메시지도 중요한 요소다. <캡틴 아메리카>의 메시지는 그들이 가진 힘에 대한 ‘책임’에 관한 질문이다. ‘슈퍼히어로 등록제’로 책임을 다하려는 쪽과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자신만의 방식대로 책임을 지겠다는 쪽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 자체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다. 캡틴아메리카는 다음 편을 위해서 어딘가에 숨어버렸고 아이언맨은 여전히 정부와 공생하면서 끝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

어쨌든 액션 영화는 액션 영화다. 관객들은 이런 종류의 영화들에서 심오한 뜻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신선한 영화적 경험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안심하면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한 달 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괜찮은 영화가 우리 겹을 찾아온다.

<포스터 및 스틸 제공=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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