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박스 매각·건설업 진출, 체제변화 '신호탄'

최근 재계에서는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 부부의 경영공조체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관측은 올 초 메가박스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조심스레 제기됐고, 이후 지난 7월 오리온그룹이 메가박스의 지분 1455억 원 어치를 호주 사모펀드계 맥쿼리의 한국계열펀드인 '코리아 멀티플렉스 인베스먼트(KMIC)'에 전량 매각하면서 매각 배경을 두고 담 회장 부부의 공조체제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간 오리온그룹은 담철곤 회장이 그룹의 전면에 나서 전반적인 사업의 밑그림을 진행하고 이화경 사장은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을 맡아 부부간 상호 조화로운 경영체제를 그려왔다.

이런 와중에 이 사장이 진두지휘해온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핵심이었던 메가박스를 매각하자, 그간 공고했던 담 회장과 이 사장의 동등한 파트너쉽이 이 사장의 역할 축소나 담 회장 1인 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

영화업계에서는 메가박스 매각을 두고 투자-제작-배급의 '수직계열화'를 포기하는 것으로, 이는 오리온그룹측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축소하거나 손을 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메가박스의 매각은 급변하는 영화산업 환경 속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리온그룹이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매진하고 있는 건설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경영체제 변화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메가박스 매각을 두고 오리온그룹의 신성장 사업인 건설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그룹의 본격적인 건설업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용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8월 자본금 50억원 규모의 건설사인 메가마크를 설립하고 건설업 확대를 모색 중이었고, 이미 서울 용산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인 롸이즈온의 서울 도곡동 부지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쌍용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 건설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룹내에서 이화경 사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모양새다.

BW 통한 1000억대 평가차익 논란 여전

한편,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 일가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편법 발행해 그룹 경영권 확보는 물론 1000억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시세 차익을 거둔데 대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BW는 투자자가 채권을 매입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정가격에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별도의 증권으로 분리돼 따로 양도할 수 있는 분리형과, 신주인수권과 채권이 함께 표시돼 분리해 양도할 수 없는 비분리형으로 나뉜다.

오리온은 지난 1995년 5월 1500만 달러 규모의 만기 5년 분리형 BW를 발행했다. 이때 워런트는 주당 2만3232원에 오리온 신주 76만9047주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

담 회장 일가는 2001년 2월까지 워런트 가운데 70%(53만8328주)를 사들였다. 당시 워런트 가격은 1주당 불과 124원으로, 담 회장 일가가 워런트 구입에 들어간 금액은 대략 7000만원선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워런트로 인해 담 회장 부부는 그룹의 안정적 경영을 위한 지분 확보는 물론 막대한 시세차익도 거뒀다.

2004년 4월 담 회장과 이 사장은 보유 중이던 워런트 각각 20만7642주, 23만8404주 등 총 44만6046주를 전량 행사했다. 워런트 행사 때 오리온 주가는 6만5400원으로, 당시 시가로 장내매입했다면 291억 원(44만6046주×6만5400원)이 필요했겠지만 실제로는 104억 원(44만6046주×<워런트 매입가 124원+행사가 2만3232원>)만을 들여 현 발행주식(594만주)의 7.5%나 되는 지분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른 평가 차익 규모는 막대하다. 워런트 행사 당시만 해도 200억원대의 시세차익이 생기고,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하면 1000억원대가 훌쩍 넘는다.

담 회장과 이 사장은 2006년 온미디어에서도 BW를 이용한 '주(株)테크' 수완을 어김없이 발휘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실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워런트 행사는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이었고 매물로 내놓지도 않았는데 평가차익을 얻었다는 말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실현하는 회사의 총수가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BW 발행을 이용하는 것은 법적인 문제는 비켜갈 수 있겠지만 소액주주들의 원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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