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묵·옌렌커 등 유명 작가 제쳐


[투데이코리아= 정진우 기자] 16일(현지시간) 세계적인 문학상 영국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의 수상작으로 한국인 최초로 한강(46)씨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선정됐다.


'채식주의자'는 어릴 때 육식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입은 한 여자가 육식의 폭력성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로 2004년 계간 ‘창작과 비평’에 발표, 2007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이다. 해외에서는 작년 1월 처음으로 소개됐다.


한강 씨는 이 작품을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이 과연 완전히 결백한 존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 작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영어권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 작가는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의 오르한 파묵, 중국의 유명 작가 옌렌커 등을 젖히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책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도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됐다.


'채식주의자'는 해외에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 유력 일간지로부터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미국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등의 호평을 받았다.


또 맨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스(IT)가 한강을 맨부커상의 주인공으로 꼽는 칼럼을 싣고 미국의 해외문학 소개 전문지인 'WLT'(World Literature Today)가 메인 인터뷰로 다루는 등 관심이 쏠려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맨부커상은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한다. 상금 5만 파운드(한화 8천600만원)를 나눠 갖게 된다.


이번 수상에 대해 한국문학번역원 김성곤 원장은 “대단한 쾌거다. 맨부커상은 제2의 노벨문학상”이라며 “한국문학이 도약할 수 있는 커다란 발판, 도약대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태어났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그는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한강은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시로 먼저 등단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그는 1993년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공식 데뷔했다. 수상작은 단편 ‘붉은 닻’이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다양한 소설을 발표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그는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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