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고객에게 '막말'하는 택배회사

[지난 92년 한진이 처음으로 국내에 택배를 도입한 이래 15년만인 올해, 넘기 힘든 '벽'으로만 여겨졌던 택배 연간 처리량 1억 상자(1개사 기준)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한진, CJ GLS, 현대택배 등 국내 택배 빅4의 올해 처리물량은 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의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각각 1억 상자를 넘어설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외형적인 성장과는 달리 택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등 성수기를 앞두고 선물 배송량이 급증하고 있어 택배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짜증어린 불만이 더욱 늘고 있는 추세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A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 정모씨(43)는 최근 택배 때문에 기분을 망친 기억이 있다.

전북 고창에 사는 시어머님이 최근 배추값이 금값이라는 TV방송을 보고 산지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를 소금에 절여 택배로 보냈는데, 늦어도 하루 이틀이면 도착해야할 배추가 일주일이 다 되도록 오지 않았다. 시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송장번호를 알아내 택배회사에 알아보니 이미 배송이 됐더라는 것.

물건을 받지도 않았는데 배송이 됐다니 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다. 어이없게도 그토록 기다리던 배추가 완전히 푹 절여진 채 경비실 한 구석에 놓여있었다.

정씨는 “물건을 가져왔으면 당사자와 통화를 한 다음 직접 전달하던지 경비실에 맡기던지 해야지 아무런 연락도 없이 무턱대고 경비실에 맡기면 그걸 어떻게 찾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객센터선 고객에게 심한 욕설도

정씨의 경우처럼 소비자들의 택배에 대한 불만은 택배업체 직원의 안일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부터 배송지연, 물건파손, 불친절 등 주로 택배회사 영업소들의 무성의한 태도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소비자들이 피해나 불만을 토로하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살펴보면 택배와 관련한 불만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오전 중으로 택배가 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하루 종일 감감무소식'이나 '위치를 모른다기에 설명해줘도 못 찾겠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는 내용 등 택배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불만이 올라와있었다.

또 택배회사 고객센터의 불친절한 대응에 대한 불만도 다수 있었다.

그중 B씨의 사례는 고객센터 직원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경우.

B씨는 지난 4일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상품을 주문했다. 다음날인 5일 주문한 상품이 도착할 예정이어서 5일 오후 1시경에 택배가 언제 도착할지 궁금해서 C택배회사에 전화를 한 B씨는 C사 담당자에게 '아직 배송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대답을 들었다.

B씨는 '타사에서는 택배가 도착할 시간을 문자서비스로 알려주는데 C사에서는 안 해주냐'고 묻자 C사 담담자는 '물량이 너무 많아 불가능하다. 그걸 원하면 문자서비스를 해주는 택배회사를 이용해라'고 답했다. C사 담당자는 이어서 '그런 서비스를 해주는 회사가 어디냐'고 물어 B씨는 'D사'라고 대답해주자 그 담당자는 '이 XXX야, 그럼 그 회사 이용해'라며 욕설을 퍼붓곤 전화를 끊더라는 것.

너무 억울했던 B씨는 C사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고 몇 시간 뒤 C사에서 전화가 와 '죄송하다'며 '앞으론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고 사과를 들었으나 해당 담당자로부터 전화 한 통 받지 못했고 C사도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B씨는 "가진 것 없는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도 너무 억울해서 분통이 터진다"며 울분을 토했다.

◆"과당경쟁이 서비스 하락 가져와…"

전문가들은 "택배취급량이 연간 30%씩 증가하면서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너나할 것 없이 택배산업에 뛰어들어 공급과잉을 만들고 있다"며 "이 때문에 택배사업은 양적 팽창은 이뤘으나 질 낮은 서비스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만 골탕 먹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롯데그룹이 택배사업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택배업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의 진출이 확실시될 경우, 계열사인 롯데홈쇼핑·백화점·마트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택배 물량만 하루 평균 20만 상자가 넘어 이것만 취급하더라도 당장 업계 5~6위권 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며, 택배 영업에 본격 뛰어들면 그 규모는 업계 빅4 수준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택배 단가의 하락도 서비스 질을 떨어트리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현재 택배업계는 업계 1위 탈환을 위해 제살깎기식 단가 낮추기를 하면서 적자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 여기에 택배회사에 물량을 공급하는 화주들의 저단가 요구도 한 몫하고 있다. 배송계약상 '갑'인 화주는 '을'인 택배회사보다 우월적인 위치에 있고 이 때문에 택배회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화주의 단가 인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것.

이렇듯 업계 선두 다툼과 신규 택배사 진입 등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저단가를 통한 물량 수주전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서비스 질은 갈수록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택배회사 한 관계자는 "택배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후사정을 파악한 후 해당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서비스 불만사항을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택배회사들이 해마다 물량이 몰리는 시기에는 임시직 등 파트타임 직원을 대거 고용해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현장에 투입하다보니 고객서비스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물건을 받을 때 그 자리에서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영수증을 꼭 챙겨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소비자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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