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예측가능하고 효율적인, 특권 내려놓는 국회

[투데이코리아 = 충청취재본부 이범석 기자] 20대 국회는 어떤 국회가 되어야 하나. 국민의 기대는 무엇이고 국회의 약속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20대 국회가 5월 30일 본격 출범은 했지만 지난 4.13 선거결과가 보여준 민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들 것인지 각종 언론 보도들과 여론조사 등을 기반으로 되짚어 보았다. <편집자주>

20대 국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에 대해 본 지에에서는 3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일하는, 예측가능하고 효율적인, 특권 내려놓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는 주제로 짚어 보았다.

19대 국회에서 국민들은 신뢰가 바닥난 국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20대 국회가 출범을 했다. 다행인 것은 출범에 앞선 여론조사에서는 국민들 과반 이상이 우려보다는 기대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신뢰를 얻고 국회답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일하는 국회’, ‘예측가능하고 효율적인 국회‘, ‘민생을 챙기는 국회’, ‘특권을 내려놓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이를 위해 국회 운영 제도와 절차, 그리고 의원들의 인식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극심한 입법 교착으로 법안 통과가 막혔던 19대 국회의 전철을 받지 않기 위해 원내 교섭단체 중심의 합의제 국회 운영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국회는 문은 열어 놓고 공전하는 일이 다반사로 무쟁점 법안도 정치적인 이유로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했다.

국회법 제33조(교섭단체) ①항에 따르면 “국회에 20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또한 국회법 50조 ①항은 “위원회에 각 교섭단체별로 간사 1인을 둔다”고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회법 제5조의2(연간 국회운영 기본 일정 등) ①항이다. “의장은 국회의 연중 상시운영을 위하여 각 교섭단체대표 의원과의 협의를 거친다”고 되어 있다. 이런 국회법 규정에 따라 모든 국회 의사일정은 원내 교섭단체들 간의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여야 중 어느 한 쪽이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않으면 국회가 파행되는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국회가 5개월간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했다. 의사일정마저 협상의 대상이 되다 보니 국회가 전체적으로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잘못된 합의의 덫에 빠져 있는 국회를 변화시켜야 한다.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일정을 미리 지정하는 캘린더식 요일제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 운영 날짜를 여야 협상을 통해 임의적(arbitrary)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날짜에 자동적(automatic)으로 개최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달 국회가 열리는 날을 정해 월·화·수요일엔 상임위원회, 목요일엔 본회의를 여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 운영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무쟁점 법안 신속 처리제도, 상임위 세분화, 법안 소위 복수화 등 국회 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개혁에 나서야 한다. 과거에는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일부 쟁점법안 탓에 대부분의 법안 통과가 가로막혔다. 쟁점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의 힘겨루기 탓에 정상적인 상임위 운영이 방해받기 일쑤였다. 그 대신 2+2, 3+3과 같은 지도부의 비공식 밀실 협상에서 ‘법안 패키지 딜’이 남발됐다. 그 과정에서 쟁점 법안과 전혀 상관없는 법을 끼워넣기 식으로 처리하는 일이 빈번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런 기형적이고 후진적인 막장 정치를 막고 입법 교착 상태의 장기화를 먹기 위해 ‘국회 운영 플랜 B’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여·야 간 합의가 정기간 이뤄지지 않는 경우 국회의장이 국회 운영에 관하여 일정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국회 본연의 위상을 살리면서도 국회가 절도 있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 윤리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국회 윤리위를 국회의장 직속으로 하고 위원회의 과반을 외부 인사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윤리심사 자문이 아니라 실질적인 윤리조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윤리위의 실효성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국회 본회의에서 2/3 이상의 반대가 없을 경우 무조건 채택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조속한 징계 관련 안건심사를 위하여 단계별 활동기한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 남발의 한 예로 최근 입법예고 된 김영란법 통과 과정에서도 국회의원들의 힘은 자신들의 안일을 위해 이용됐다. 그동안 뇌물수수 등의 가장 많은 지적이 있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빠져나가면서 평생 촌지를 받아봐야 얼마 안 되는 사립유치원 교사를 끼워 넣고 자신들은 선출직 제외라는 이름으로 슬며시 제외시켰다.

20대 국회에서는 정책협의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산업구조개혁 청사진을 함께 만들자”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가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월 2회 이상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여야 간에 생산적인 정책경쟁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국회법상 전원위원회는 특정 안건을 전제로 하는 것인 점을 고려할 때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회 예결산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영국 의회가 왕으로부터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처럼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것이 국회의 존재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예산 심의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그런데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국회가 정부 예산에 대한 심의를 11월 말까지 마치지 못하면 12월 2일 본회의에 자동 회부된다. 이 때문에 예산의 졸속 심의가 이루어졌다.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도 개선해야 하지만 예산심사 절차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현행 2단계(상임위 예비심사→예결특위 종합심사)를 3단계(예결특위의 지출한도 등 총량심사→상임위 예비심사→예결특위 종합심사)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산편성 단계부터 국회가 다음 연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국회의 실질적인 재정 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법절차 개선을 통한 입법영향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늘고 있는데 이는 국회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률의 합헌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규제영향평가, 합헌성 평가 등 입법절차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법 또는 별도의 법률로 정하거나,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다음호 ‘권력과 계파 아닌 국가와 국민에 줄 서는 국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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