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위 이명박, 경제 1위 이건희의 궁합에 관심 쏠려...

<정우택 논설위원>
이명박 후보와 이건희 회장의 코드 점수는 몇 점이나 될까? 쉬운 말로는 '궁합'이 얼마나 맞을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의 코드가 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칼럼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가 지금처럼 계속되고, 어떤 돌발 변수가 없다는 가정 하에 여의도 정가와 국민들 사이에 떠돌고 있는 얘기를 기사화 한 것이다.

이명박 후보와 이건희 회장은 성장 배경이 다르다. 이명박 후보는 어려운 집안에서, 이건희 회장은 부유하게 자랐다. 이 명박 후보는 현대에서 뼈가 굵었고,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현대는 정주영 회장이 죽으면서 여러 개로 쪼개졌고, 삼성은 이병철 회장 후에도 갈라지지 않았다. 외형상으로 볼 때 두 사람은 많이 다르다.

그렇지만 같은 점도 많다. 우선 두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사이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선후보 가운데, 이건희 회장은 국민들 사이에 가장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 명박 후보는 BBK 등을 둘러싸고 잡음에 시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선 후보가운데 1위를 고수하고 있다. 1위도 보통 1위가 아니다. 나머지 11명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따라 올 수 없을 정도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어떤가. 대한상의가 일반국민 399명과 교수 등 5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살아있는 기업인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69.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비자금 파문 속에서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건재 한다는 얘기다.

이 건희 회장은 요즘 몸과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폭로로 그룹 전체가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삼성을 보는 국민들의 시각도 따갑다. 하지만 이건히 회장은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뽑혔다.

한 사람은 정치 쪽에서, 한 사람은 경제 쪽에서 압도적 1위다.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높은 지지를 얻는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국가 발전에 큰 힘이 될 것이고, 두 사람의 코드가 빗나가면 국가가 퇴보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두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다. 이명박 후보나 이건희 회장이나 기업이 살아야 나라도 살고, 분배 보다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고용도 아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경제적인 코드는 제법 잘 맞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코드 얘기를 해보자. 세상에는 코드가 있다. 얼마나 마음이 통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정에는 아내와 남편, 가족 간의 코드가 있다. 마음이 맞고 행동이 비슷해야 화목한 가정이 될 수 있다는 뜻에서다. 코드는 점수로 계산할 수 있다. 100점 만점에 60점만 되면 그런대로 행복한 가정이다. 80점이 되면 행복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20점이나 40점이 되면 가정이 시끄럽다. (정우택 지금. '행복한 커플은 5가지 코드를 맞춘다 '참조)

가정에 코드가 있는 것처럼 정치에도 코드가 있다. 경제에도 있다. 이명박과 이건희, 두 사람의 코드는 어떨까?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1위를 달리는 사람이 만나 최소한 60점을 넘어 80점에 접근하지 않을까 싶다. 기본적으로 생각이 비슷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얻는다.

반대로 두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자칫 코드가 충돌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자신의 입장과 주장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도 사람이니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이씨의 기본적인 생각이 비슷해 손을 맞기가 아주 수월할 것이라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자기와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기용해 '코드정치를 한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코드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코드가 맞는 사람과 일하는 것은 일의 효율성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단지 도에 넘을 때가 문제다.

이명박 후보와 이건희 회장은 처지가 비슷하고, 생각이 같기 때문에 겉 궁합은 괜찮다고 불 수 있다. 속궁합은 마음에 있기 때문에 아직 모른다. 마치 나이든 분들이 자녀의 짝을 찾으면서 속궁합은 모른다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겉 궁합이 잘 맞으면 속 궁합의 부족함을 잘 메울 수 있고, 반대로 속 궁합이 잘 맞으면 겉 궁합은 문제가 아니다. 하나만 잘 맞아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겉 궁합만 잘 맞아도 좋은 '콤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정도 그렇고 국가도 그렇다.

궁합과 코드는 사실상 같은 얘기다. 궁합은 좀 토속적이고 코드는 서구식 표현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jwt@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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