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충청취재본부 이범석 기자] 20대 국회가 의장단을 선출하면서 정식으로 개원하는 날, ‘국회 잔칫날’과 같은 날 원내3당인 국민의당은 초상집 분위기 였다. 창당 3개월만에 원내 38석을 얻는 기염을 토하고 당당하게 케스팅보트를 쥔 권력이 비례당선자의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된 20대 국회 최연소 당선자인 김수민(30, 여)의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창당부터 선거 당시 당 사무총장을 지낸 박선숙 의원, 당시 사무부총장이었던 왕주현 씨 등이 고발대상에 포함되었다고 알렸다.

이에 검찰은 선관위의 고발과 함께 신속하고도 빠르게 김 의원 의혹과 관련된 회사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전방위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서부지검의 압수수색 대상에는 선거공보를 제작하는 광고업체와 TV광고 대행업체 등이었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의혹은 김 의원이 총선 당시 선거공보를 제작하는 A업체와 TV광고를 대행하는 B업체 등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는 디자인 벤처기업 ‘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1억782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이다.

또한 20여억원의 홍보비 예산에서 2억3820만원을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작성해 보전청구와 회계 보고에 사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국고보조금 횡령 등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이런 의혹이 수사결과 사실로 드러나면 당선자들의 의원직 박탈은 물론 추징금까지 선고될 것은 뻔한 일이다. 특히 새로운 정치를 주장하며 창당한 국민의당으로서는 ‘기성정당보다 더한 불법을 자행했다’는 도덕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검찰의 수사 속도와 함께 공개 된 김 의원의 혐의내용은 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도 신속했다. 즉, 선관위의 고발 이전부터 검찰이 물밑에서 관련 의혹을 수사하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 진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원내3당인 국민의당에 대해 사정기관의 칼날이 계속 겨눠져 있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최근의 정치적 상황이 제3당을 와해시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정치상표인 ‘새정치’를 기치로 창당되었고 창당 3개월에 수십 년 호남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의 ‘호남 기득권’을 제압하며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국민의당이 호남을 장악할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근거지를 잃고 군소정당으로 전락해야 하지만 더민주는 호남을 내주는 대신 충청과 영남일부를 장악하며 더 큰 세력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이 내년 대선으로 이어질 경우 현 박근혜 정권의 국내 보수 진영인 새누리당은 정권재창출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칫 현재 여권을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가설까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도마에 오른 동남권신공항 문제는 현 여권과 한축인 영남보수를 완전히 갈라놓는 거대 물줄기가 될 소지도 다분하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정계는 현 여권인 보수세력에게 최대의 위기라는 말이다. 영남이 둘로 갈라지고 보수세력은 친박 비박으로 나뉘면서 여권에는 악재 중의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말들을 종합해 보면 호남과 진보가 합치면 된다는 간단한 답이 나온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3당으로 안착되어 호남 지배권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

즉, 국민의당이 와해되면서 호남은 더민주+진보세력으로 다시 모여지고 국민의당 지지층인 중 도 보수 세력은 다시 관망이나 새누리당+보수연합세력의 한 축으로 복귀해야 한다. 이는 지난 노무현 정권 이후 극명하게 갈린 양당제로의 회귀와 비슷한 논리다.

우리 역사에서 권력의 필요에 의한 3당은 존재했으나 권력이 껄끄러운 3당은 길게 존재하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 이래 공화-신민 양당제가 정착된 뒤의 정치사가 이를 증명한다.

제5공화국의 한국국민당(총재 김종철)은 전두환 권력의 필요에 의해 존재한 3당이다. 당시 의원정수 276석 중 25석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국민당은 4년 동안 전두환 3중대 역할을 충실히 했다.

87항쟁 이후 개헌에 의해 치러진 13대 총선의 3당인 통일민주당(총재 김영삼), 4당인 신민주공화당(총재 김종필)이 등장하며 여소야대가 되자 노태우 정권은 1년 8개월이 지난 뒤 전격적으로 이들 정당을 흡수하며 3당 합당을 결행, 그 대가로 3당 총재 김영삼에게 여당 대표와 차기권력을 담보 했다.

14대 국회 3당인 통일국민당(총재 정주영)은 당시 여권의 텃밭이었던 영남을 교두보로 자리를 잡았으며 그 여세를 몰아 정주영 총재는 대선에 출마, 완주하면서 당선된 김영삼 후보를 끝까지 괴롭히자 초원복국집의 지역감정 조작 모의(‘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지면 영도다리에서 빠져 죽자’ 등의 일명 초원복국집 사건)를 밝혀내면서 사정의 칼날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초원복국집 사건을 폭로한 사람들을 불법도청이라는 명목으로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처벌, 정주영 총재의 회사인 현대그룹에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강행하자 정주영은 결국 총재직과 의원직 사퇴에 이어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통일국민당은 철저히 와해 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다시 1996년 15대 국회에서 자민련(총재 김종필)을 3당을 만들어 줬고 자민련은 당시 권력 정당인 신한국당과 합세한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총재 김대중)와 연대, 이듬해인 1997년 김대중 총재가 집권에 성공하도록 도우며 공동여당이 됐다.

지금 국민의당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지난 정주영의 국민당이 권력의 사정기관을 통해 와해되면서 여당 세력의 확장을 이뤘으나 김종필의 자민련은 권력이 와해시킬 힘이 없어 더 키워준 셈이 되었다. 이 두 정당의 흥망성쇠 모두 김영삼 정권 당시의 일이다.

현 박근혜 정권은 위의 두 가지 사례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 따라서 권력의 재창출을 위해 정주영 사례가 지금의 현실에는 더 잘 맞다는 이야기다. 대통령이 가진 가장 좋은 무기는 사정권(司正權)이다. 이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더구나 현 정권은 사정권과 함께 언론환경이 어떤 정권보다 좋다. 이명박과 보수세력 전체가 만들어 낸 언론환경에서 대통령의 사정권은 걸림돌이 있을 수 없다. 정치인과 정당의 비리를 밝혀 소추하는 권력에는 어떤 저항도 할 수 없다. 지금 국민의당은 이 외통수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도 국민의당이 죽으면 좋은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유는 정치지형을 ‘호남+진보’로 한 카테고리를 묶어두면 ‘새누리당이 싫으니까 국민의당이나 찍자’는 비판적 보수세력은 기권을 하더라도 ‘호남+진보’로 묶인 정당에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노무현 이후 적대적 공생관계의 양당정치가 가장 좋은 정치지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국민의당에 대한 대대적 사정 바람이다. 그래서 국민의당도 더민주도 이 사정 바람을 슬기롭게 넘어서야 정권탈환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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