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산 필 하피첩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조현종)은 2008년 새해를 여는 특별 전시로 '불서로 본 스님의 일상'을 2007년 12월 18일부터 내년 2월 17일까지 62일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호남지역의 불교문화사적 전통을 다시금 살펴보고, 불교의 '삼보'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만큼 오랜 기간 존경을 받았던 스님들의 수행과정과 일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이다. 전시는 총 8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산사의 하루”로 새벽 도량석을 시작으로 저녁 취침에 이르기까지의 일상을 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2부부터 7부까지는 출가하여 불도를 닦고 전하는 스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2부 : “머리를 깎다 - 출가와 행자생활”, 3부 : “이름을 얻다 - 사미계”, 4부 : “스님이 되다 - 강원생활”, 5부 : “법을 세우다 - 구족계”, 6부 : 부처를 찾다 -선방과 만행”, 7부 : 불법을 나누다 - “인가, 저술, 교류” 등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 8부는 “무로 돌아가다 -입적, 다비와 부도, 탑비, 진영조성”등 스님으로서의 삶을 마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스님들의 선방입정
한편 호남은 통일신라 말에 선종이 유입되면서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새롭게 변모되었다. 장흥 보림사 가지산문을 비롯해 곡성 태안사, 남원 실상사, 화순 쌍봉사 등은 9산선문의 중심사찰이었으며, 강진 무위사, 광양 옥룡사는 9산 선문의 제자들이 크게 활약하였던 곳이었다.

자신 속의 불성을 찾아 수행을 강조하는 선종은 당시 새로운 사상으로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역할을 하였다. 고려 말에는 새로운 불교개혁운동으로서'결사가 성행하였다. 송광사에서 이루어진 수선사와 강진 백련사에서 이루어진 백련사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을 가진 결사단체였다. 조선말기에 초의선사로 대표되는 차문화는 스님과 선비 그리고 화가들의 사상과 학문 그리고 예술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으로 지식사회의 대들보 역할을 하였다.

대흥사의 '선조대왕 하사 염주' 등은 절 밖으로 나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선암사의 '傳 대각국사가사'(중요민속자료 244호)도 모처럼 공개되며, 선원생활의 규율을 담은 '선원 12절목' 등은 조선시대 스님들의 선원생활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해동조계 복암화상잡저(보물 제1459호, 김민영 소장)

더불어 '백암산 관음선원방함록' 등도 처음 소개되어 근대 불교사의 새로운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 그리고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제만일암지', 대흥사의 스님들과 주고받던 편지 등이 소개되어 다산을 비롯한 당시의 지식인들과 스님들과의 교유관계를 살필 수 있는 자료도 눈에 띈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 귀양시절에 쓴 것으로 보이는 '관음경'은 불교에도 조예가 깊었던 추사의 또 다른 면을 살필 수 있다. 이밖에도 근대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알려진 경허선사의 시문집을 방한암 선사가 직접 손으로 적은 육필 '경허화상집'과 '청허당 휴정대사 진영' 등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스님들의 하루 일상과 삶을 소개하고, 부처를 향한 숭고한 마음과 불법을 배우고자 묵묵히 수행의 길을 걸었던 스님들의 꿋꿋한 구도 정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이번 전시유물은 김민영 선생이 소장한 '묘법연화경삼매참법'(보물 제1519) 등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6점을 포함하여 스님들의 수행 길잡이였던 불서 100여권과 선암사 · 백양사 · 대흥사 ·금둔사 등 우리 지역 각 사찰이 소장한 유물 등 모두 120여점이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많은 유물을 출품한 김민영 선생은 광주제일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는 부산상호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다. 김민영 선생은 젊어서부터 불교에 심취하여 불교관련 서적을 수집 ․ 연구하였으며, 스님들의 법맥 정리에서는 독보적인 불교연구가이기도 하다. 부산에서 사업에 성공한 CEO로서 우리 지역의 각 사찰에서 실시하는 많은 불사에도 동참하였기에 이번 전시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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