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페스카마호 사건’ 이후 20년만의 선상사건

[투데이코리아 = 이범석 기자] 인도양에서 운항 중이던 우리나라 국적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부산 해양경비안전서는 수사본부를 구성해 현지에 급파했다.

20일 오전 2시경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운항 중이던 부산 광동해운 소속 광현 803호(138t) 원양어선에서 베트남 선원 B(32)씨와 C(32)씨가 선장 양모(43)씨와 기관장 강모(42)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선상 살인사건이 나자 인도네시아 항해사는 신속히 해경 당국에 신고함과 함께 다른 선원들과 함께 베트남선원 B씨와 C씨를 제압해 선실에 감금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건 당시 베트남 선원들은 다른 선원 10여명과 양주 2병을 나눠 마신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베트남 가해 선원들은 흉기를 들고 배에 숨어 있다가 소식을 듣고 수색에 나선 항해사 이모(50)씨에게 발견됐다.

이 씨는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고 다른 선원들을 시켜 이들을 감금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곧바로 선사에 연락했고 선사는 다시 해경 당국에 신고했다. 광현 803호에는 숨진 선장과 기관장 등 한국인 선원 3명,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18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해양수산부의 한 관계자는 “광현 803호는 7∼8노트의 속력으로 이동 중이며 오는 23일 오후쯤 항구에 입항할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 상태는 양호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현 803호 선사인 영도구 소재 광동해운(주) 김영도(59) 대표이사는 이날 “사고 전에는 아무런 조짐이 없었다”며 외국인 선원들이 술을 마신 것에 대해 “선장이 (평소)술을 강하게 통제했지만 베트남 선원들이 평소 순하고 아주 협조적이었다고 들었는데,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어나 놀랐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양어선이 입항할 세이셸에 용의자 신병 확보와 사법절차 등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선박이) 세이셸에 들어올 경우 당국과 협조해 용의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세이셸을 관할하는 주에티오피아 한국대사관 등에서 외교 경로를 통해 현지 당국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원양어선에서 발생한 선상반란은 1996년 8월 2일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중국동포 선원 6명이 열악한 작업조건과 폭력에 반발해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페스카마호 사건’ 이후 20년만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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