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은 살 수 없다는 출산사고 ‘양수색전증’


[투데이코리아=유광균 기자]경기도 화성에 사는 정상후(34, 가명)씨는 충북 청주의 국립대학교를 졸업하고 박막증착기술로 FPCB라는 제품을 만드는 작은 벤처기업에 입사했다. 입사 후 4년 뒤 회사가 미국계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쓰리엠에 합병이 되어 순식간에 벤처기업 직원에서 글로벌 대기업 직원으로 기분 좋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대학교 시절부터 회사까지 쭉 함께한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해 행복한 가족을 꿈꾸며 보금자리 장만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30대 가장으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여느 30대 젊은 부부들처럼 서로 열심히 일하면서 모은 자금으로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도 마련할 수 있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안정을 갖게 되면서 그동안 미루었던 2세도 가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임신기간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올해 2월 아내의 출산을 지켜보며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던 중 병원 측으로부터 "사고가 발생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얘기까지 듣게 됐다. 그 상황에서 그나마 천만다행으로 아이는 건강하게 나올 수 있었다.

여러 번의 힘겨운 수술을 거친 아내는 다행히 생명의 고비는 넘길 수 있었지만 사고 발생 당시 '양수색전증'이라는 증상 때문에 생긴 '저산소성 뇌손상 의증'에 의해 신체를 자유로이 할 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을 인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러한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몇 번의 고비를 넘긴 아내의 모습을 보았을 때 느낀 감정은 지금까지 살면서 느낀 모든 감동과 감격을 합친 것 보다 더 컸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병원 측과는 현재 법원 조정신청을 낸 상태다. 현재까지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증상인 '양수색전증'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병원에 맞서 법적 책임까지 묻겠다는 각오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했다.

"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던 간에 일단은 이번 사고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으면 한다."

사람이 다친 문제보다 본인들의 안위를 지키려고만 하는 병원의 모습에서 임신기간 동안 믿고 다닌 병원에 너무나 큰 실망을 했다. 지금은 사고가 난 병원에서 아주대병원(사진)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와 마찬가지로 이런 큰 사고를 겪고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제대로 알지 못할 것 입니다. 의료사고의 경우 병원에서 절차와 방법에 대해 상담해 주고 가이드라인을 잡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하면 의료분쟁 건수는 2012년 2만6천831건, 2013년 3만6천99건, 2014년 4만5천 96건, 2015년 3만9천793건으로 작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 왔다.

반대로 사고 발생일 부터 조정신청일 까지 소요기간이 74.6일, 159.6일, 235.6일, 304.9일로 상당한 시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조정신청을 해도 절차의 복잡성과 사고 발생 의무기록과 같은 증거자료를 당사자가 병원에 요청해 준비해야 되는 부당함이 많습니다."


그는 병원과 힘겨운 싸움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내의 빠른 회복을 위해 육아휴직을 내 곁에서 도와주고 있는 중이다. 아기는 친할머니, 불편한 아내는 장모님이 돌보고 있다.

"아내는 요즘 오전에 책읽기·글쓰기·그림그리기 등 인지치료, 오후에 영화보기·운동을 하며 지냅니다. 이틀은 병원치료가 없어 자주 다녔던 공원, 음식점, 유람선타기, 공연보기 등 뇌를 자극할 수 있는 활동에 주력하고 있어요."

정 씨는 사고가 나기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면서 앞으로 휴가가 끝나고 회사로 복귀했을 때를 걱정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앞으로 아내가 어떠한 아픔도 겪지 않게 하고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들어 갈 계획이며 단 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아내의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 할 것입니다." <사진=유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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