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억류·귀순 강요 시 천백배로 복수" 對南 항의서 입수

 

 

"천백배 복수" 경고가 담긴 항의서. ⓒ투데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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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앞에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을 빌미로 국가정보원 등 우리 측 정보기관에 대한 "천백배 복수"를 다짐해 중국 현지 요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 ​

본지가 14일 단독입수한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항의서'는 한국 내 사드 배치가 가시화되던 지난 10일 중국 저장성 닝보 소재 '진달래 친선관'에서 근무했다는 최례영​(28)이라는 여성 명의로 작성됐다.

최 씨는 항의서에서 국정원 등을 '남조선 정보원 깡패들'로 표현하면서 "우리 동무들을 당장 조국으로 돌려보내라. 부당하게 억류하고 귀순을 강요하면 기어이 천백배로 복수하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 근래 발생한 중국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을 두고 나온 말이었다. ​

북한에서 외부로 전달되는 문서는 개인 명의든 당국 명의든 모두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에 의해 검열된다. 모두 선전선동부 등이 주는 대본을 앵무새처럼 따라 낭독한다. ​ 따라서 이번 항의서 내용은 북한 정권의 공식입장이나 다름 없다.

 

항의서 중 "복수"가 언급된 부분. ⓒ투데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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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국정원, 국군정보사 ​등에 소속된 다수 '블랙 요원(black agent)'들이 암약 중이다. 북한도 이에 맞서 정찰총국, 국가안전보위부 요원들을 대거 중국에 파견하고 있다. ​ ​​

탈북자인 김용화 탈북난민인권연합 대표는 7일,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6월 말 30~40대 젊은 보위부 요원 300여 명을 중국에 증파했다"고 밝혔다. ​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또 많은 수가 우리 당국에 실명·얼굴 등이 입수돼 있다. ​ 우리 정보당국은 매년 수백명 씩 들어오는 탈북자 신상정보를 모두 사전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대북(對北) 정보력이 우수하다. ​

때문에 보위부 등으로서는 우리 측 요원들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북한식당 종업원은 다르다. ​

 
우선 평범한 체격의 여성이기에 상대적으로 우리 측 요원들의 경계심이 낮아진다. 수시로 또 랜덤으로 교체되기에 우리 정보당국으로서는 누가 언제 새로 올지 알기 힘들다. ​ 따라서 일일이 신상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
중국 당국의 보이지 않는 감시를 받는 보위부 등과 달리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중국 내 활동에서도 비교적 경계를 덜 받는다. ​ ​

만약 정찰총국, 보위부 등이 북한식당 종업원에게 독침 사격 등을 훈련시키고 우리 측 요원들에 접근시킬 경우 "천백배 복수"는 현실화되고 만다. ​

중국 국적이기에 중국 당국에 검거될 가능성이 높은 재중조선인총연합회와 달리 북한식당 종업원은 보위부 등의 약간의 도움만으로도 북한으로의 도주가 용이하다.

북한은 이미 테러에 여성을 동원한 사례가 있다. ​ 87년 11월 북한 대외정보조사부 소속 공작원이었던 김현희 씨(현재 전향)는 바그다드발 서울행 대한항공858기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시켰다. 탑승객 115명 모두 사망했다.



집단탈북 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들 ​


북한 공작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만년필 형태의 독침, 손전등 형태의 독총은 인체에 매우 치명적이다.​ 극소량만 투입돼도 호흡곤란으로 수분 만에 사망하고 만다. ​

2011년 8월 북한은 중국에서 탈북자 지원활동을 펼치던 故 김창환 선교사를 암살한 바 있다. ​ 고인은 랴오닝성 단둥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인파에 섞여 지나가던 북한 요원이 쏜 독침을 맞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 ​ ​

국정원은 근래 탈북한 북한식당 종업원 13명을 탈북자 교육시설인 하나원에 보내지 않기로 지난달 말 결정했다. 탈북자 중에도 북한 간첩이 많아 암살 가능성을 대비한 조치다. ​

2012년 탈북자였던 안영길은 같은 탈북자이자 북한인권운동가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에 접근해 독침 암살을 기도했다가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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