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비학생 조교' 편법 고용 의혹…감사 나서자 인사규정 개정

[투데이코리아= 박고은 기자] 기간제법을 피해 비정규직 조교를 장기간 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학교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가운데 '비학생조교' 70여명을 집단 해임하는 개정안을 내놓아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서울대 전체 조교의 업무 파악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서울대는 현재 총 364명의 조교 중 대학생 신분으로 연구 업무를 보조하는 ‘학생조교’는 111명, 학업을 병행하지 않는 ‘비학생조교’는 253명으로 나타났다.


이 ‘비학생조교’는 실험·실습·서무 등 학사 업무를 보며 일부는 회계‧서무 등 업무까지 담당하는 등 사실상 정규직 직원과 똑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조교라는 신분 때문에 그동안 비정규직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현행법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직원을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 계약직으로 인정해야 한다.


서울대지부는 서울대 ‘비학생조교’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이상 근무해왔다고 한다.


이를 보면 서울대가 ‘조교의 경우 2년을 초과해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는 고등교육법 14조를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그동안 조교 임용일 기준으로 교육·학사 담당 5년, 실험·실습 담당 7년 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학내 규정을 정해놨지만 이들의 임용 기간이 끝나도 해당 학과나 기관이 사유서를 제출하며 간단히 재임용됐다.


이에 최대 임용 기간이 지난 조교들도 십 수 년 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되자 서울대는 내년 3월부터 신규 채용 비학생 조교 임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내년 3월에는 무려 70명에 달하는 ‘비학생조교’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됐다.


서울대지부 관계자는 "2006년부터 기간제법을 위반하고 채용하더니 지금은 (기간제법을) 위반할 수 없으니 나가라고 한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총장님이 비정규직 개선안을 마련해준다고 했지만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12일 교무처장과 면담을 했지만 형식적인 얘기만 할 뿐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법인화가 되기 전에 (조교 임용을) 정리했어야 하는데 늦어진 부분은 있다"면서 "새로 뽑는 조교와 기존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대 ‘비학생조교’ 127명은 지난 4월 노조를 결성, 고용 안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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