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장시온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 대부분이 불면증과 우울증 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가족과 생존자 등 세월호 피해자들은 지난 2년간 생활패턴과 직업,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겪고 신체,정신적으로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목숨을 끊고싶다'는 생각을 해본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유가족의 심층면담을 보면 "나라를 믿고, 학교를 믿고, 무슨 일이 생기면 나라가 다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무도 믿을 수 없어요."라며 나라를 비판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는 4·16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연구팀에 의뢰해 조사한 '세월호 참사 피해자지원 실태조사'에서 밝혀졌다.

20일 특조위가 발표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세월호 참사는 피해자들에게 여러 문제를 줬다.

안산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조사 참여 145명) 중 116명은 참사 이전에 직장에 다녔지만 참사 발생 후 75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일상생활을 잃은 데 이어 심리적 후유증도 있었다. 우울과 절망감을 느끼는 비율이 55.3%, 자살을 생각했거나 자살을 시도한 유가족도 66명이었다.

사회관계의 변화도 나타났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질감,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과 수치심도 느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신체적 이상증상도 겪었다. 유가족 중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유병률은 56%로 일반적인 평균 유병률(0.6%)의 90배를 넘었다. 3명 중 2명 꼴로 수면장애(75.4%)를 앓았고, 두통(72.7%) 전신피로(80.9%) 소화문제(60.4%) 등도 많았다.

특히 단원고 생존학생들은 언론의 과다한 취재경쟁으로 인해 심리적인 고통을 겪었다.

생존학생들은 탈출 직후부터 병원 입원후까지 기자가 아닌 척 접근해 몰래 촬영하거나 대화를 기록하고 심지어 병실에서 자고 있는 학생을 깨워 인터뷰를 시도하는 등의 취재에 노출됐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는 "생존학생들은 대학 특별전형이나 보상과 관련된 '과장 보도'를 접하면서 부정적인 인터넷 댓글 등을 경험했다"며 "스스로 '욕 먹을 수밖에 없다'고 증언하는 등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생존학생들은 학교로 돌이간 이후 친구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밝혔다. 일상생활 중 친구의 부재를 느끼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특조위는 아주대, 고려대, 이화여대 연구팀과 함께 단원고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 일반인 피해자 등 211명을 대상으로 지난 1월부터 심층 면접 실태 조사를 벌였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가 기관에서 대형 재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첫 실태조사라는 데 의의가 있다.

특조위 관계자는 "재난발생 초기부터 희생자와 생존자, 피해자가족에 대한 국가지원시스템 부재가 드러났다"며 "정부의 인권친화적,공식적 지원과 바람직한 지원시스템을 구축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특조위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피해자 실태조사 결과보고회를 열고,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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