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장시온 기자] 아내를 상습 폭행한 60대 남성이 구속영장이 두차례나 기각된 후 결국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지난 20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송모(61)씨와 그의 아내 A(58)씨가 관악구 자택에서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구체적인 사인은 현재 분석 중이나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두 사람 모두의 장기에서 약물이 발견됐다.

경찰은 송모씨의 이전 행동을 보고 송모씨가 약물로 A씨를 살해한 후 본인도 약물을 투약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송씨는 A씨 이전에 함께 살던 전 부인에게도 가정폭력을 일삼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등 폭력 전과가 다수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A씨에게도 '이가 좋지 않은 데도 오징어를 먹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해 지난 3월 두개골 골절로 혼수상태에 빠지게 만들었다.

또 '상추를 봉지째 상에 놨다'는 이유로 폭행하다 A씨가 도망치며 머리에 상처가 난 사건도 발생했다.

두 사건으로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3월과 5월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송모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으나 "부인이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고 서로 관계 회복을 원한다"며 기각한 것이다.

이에 법원이 가족폭력범죄에 너무 안일하게 심사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생기고 있다.

법원은 지난 20일 "결과적으로 사건이 발생한 점에 대해 법원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각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는 그 시점에서 제출된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구속의 사유인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한 것인 점을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가정폭력으로 경찰이 구속수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사건은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그만큼 폭행이 경미하지 않았을 것이고 법원이 사건의 중대함을 면밀히 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정폭력의 특수성에 비추어 피해자에게 단순히 가해자 처벌 의사를 물어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폭행 이유를 자신에게 돌리는 잘못된 자책감이 자리잡을 수 있고 자녀, 친척 등 여러 인간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여러 배경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했다"라고 법원의 잘못을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전 대변인인 강연재 변호사는 "부부에 의사에 치중했다 하더라도 남편의 폭행 정도나 과거 행동에 비춰 재발 가능성을 판단했어야 했다"며 "가정폭력 특성상 피해자들이 앞장서서 자기 방어나 엄벌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법원이 1차적으로 폭행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해야 하고, 그 이후에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하는 게 적절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남편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라는 부인의 의사를 많이 반영했다.

강연재 변호사는 "법원은 기본적으로 가정을 유지하고 회복하려는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구속을 까다롭게 따지진 않는 경향이 있다"며 "가정폭력이 점점 사회적으로 심각해지는 만큼 구속영장이나 격리 여부에 대한 법원 내부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의 가정폭력 판단 기준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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