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 초비상

[투데이코리아=김신웅 기자]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이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에 사용된 항균 필터에서 유독물질인 OIT의 방출을 놓고 국민건강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지난 5년간 삼성 LG 현대모비스 등 대형업체들이 다국적기업인 3M사의 항균 필터를 이용해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을 제조해 판매하면서 유해물질 OIT 함유 사실을 전혀 찾아내지 못했고 정부조차도 이런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그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가정용 공기청정기에 에어컨 등 생활가전제품 필터에서 또다시 OIT라는 유독물질이 검출돼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유독물질이 들어간 필터가 그만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는 얘기다.

제품을 판매한 대기업도 이를 관리하는 정부도 그동안 3M사의 필터에서 OIT 유독물질이 함유된 사실을 알아내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가 뒤늦게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 3M사의 OIT 필터를 사용한 공기청정기와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 등 생활가전제품명을 공개하고 회수를 권고하는 선에서 그치고 있다.


가전제품 매장에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필터의 유해성 여부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업체들은 서둘러 필터 교환을 진행하며 불안감 확산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3M사의 OIT함유필터를 일단 교체할 때까지는 해당 필터가 장착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중동 증후군 사스 확산과 미세먼지 걱정 때문에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계속 증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환경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OIT가 함유된 문제의 필터는 무려 88개 제품에 이르고, 이 가운데 97%가 다국적 기업인 3M사의 제품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문제는 3M 측이 OIT가 들어 있는 항균 필터를 유독 우리나라에만 공급해왔는데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닮은꼴이어서 "한국은 봉"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 역시 2014년 OIT를 유독물질로 규정해놓고도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해왔다.


결국 문제의 필터를 공급한 3M사 그리고 이 필터를 사용해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제품을 제조 판매업체와 정부 모두 이번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것이 이를 입증해 준다.


3M사가 최근 1년 반 동안 국내에 유통한 공기청정기 필터만 최소 118만 개에 이른다.


3M 측은 지난달 자사 필터에서 OIT가 검출된 뒤에도 고체 상태여서 공기 중에는 방출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정부 실험 결과가 나온 뒤 뒤집혔다.


한국 3M 관계자는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가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했고, 이번 일로 발생한 불편과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삼성과 LG, 현대차 등 대기업들도 정작한 OIT필터의 위해성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정부의 관리 체계는 이번에도 허점을 뜨내기는 가습기 살균제와 마찬가지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전제품과 공산품을 국토부는 차량을 환경부는 유독물질을 관리하고 있지만, 생활가전제품에 사용된 3M사의 OIT 항균 필터에 대해 5, 6년 동안 사전 사후 관리는커녕 감독을 한 부처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국민의 건강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이런 유해물질에 대한 늑장 대응 때문에 국민건강의 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리고 결국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큰 피해를 국민에게 안겨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나마 언론에서 문제 제기가 없었다면 안전성 검증은커녕 이번 3M사의 OIT 유해성 사실도 그대로 묻힐 뻔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이런 유해성 물질에 대한 관리만큼은 물질의 안전성을 업체 스스로 입증하도록 하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더욱 강력한 법적인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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