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露 북한 대사관 "평양 풍경" 페이스북서 대량 공개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북한에서 선글라스·머리염색이 유행한다는 첩보가 작년 우리 당국에 입수돼 언론에 보도된 가운데 22일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러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은 이 날 페이스북에서 무더위를 식히는 평양 주민들 사진을 대량 공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선글라스를 낀 채 간식을 먹으며 자전거를 타는 남성과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한 아기를 업고 있는 여성의 모습.

선글라스를 낀 남성의 모습은 언뜻 봐서는 북한 사람 같지 않은 '패션' 감각을 선보인다. 연한 갈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고 곱게 치장한 북한 아기는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한 아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에 '비사회주의 풍속'이 본격 유행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90년대 중후반 최대 300만 명이 아사(餓死)한 것으로(97년 망명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증언) 추정되는 '고난의 행군' 시기 정권 식량분배에 기대는 대신 중국과의 밀수밀매로 먹고사는 이른바 '신(新)부유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밀수밀매가 성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으로부터 '자본주의적 문물'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대놓고 김정일을 비난할 정도로 체제에 불신을 가진 반면 난생 처음 접하는 해외 문물에는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북한 정권은 비밀경찰 조직 국가안전보위부, 검찰 등으로 구성된 '비사회주의 그루빠'를 조직할 정도로 해외 문물 차단에 열을 올렸지만 한편으로는 일정부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 억압만 할 경우 중동 '재스민 혁명'처럼 안에서부터 체제가 무너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 통제보다도 시급한 것이 이미 '자력갱생'으로 삶을 개척하기 시작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었다.

이러한 성향은 '유학파' 김정은 집권 이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북한 정권은 대신 이를 "원수님(김정은)의 은덕" 등으로 치장하면서 모든 것이 "원수님의 탁월한 영도 때문"이라 거짓선전했다.

일부는 이 같은 북한의 변화를 두고 전면적 개혁개방 실시 가능성을 점치지만 가능성은 낮다. '가부장적 독재체제'로 먹고 사는 북한 정권은 기본적으로 김정은 1인 우상화를 고수해야 한다. 모든 것이 김정은 덕분이라고 선전해야 한다.

만약 주민들 사이에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선진 문물을 즐길 권리가 있었지만 김정은과 김정일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는 사상이 퍼져 공론화(公論化)되면 독재체제는 그대로 끝장난다.

반체제 세력 간 네트워크망이 구성돼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주민 모두가 시장경제 하에 자력갱생하게 된다면 북한 수뇌부는 지금과 같은 권력과 부(富)를 누리지 못한다. 야당이 생겨나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시도될 수도 있다.

때문에 북한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병행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을 허가하면서도 내부망(인트라넷)인 '광명'만을 허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IP주소 조작 등을 통해 해외 인터넷망에 접속할 경우 정치범으로 몰려 3대가 멸족당한다.

북한 정권은 해외 문물 허용 수위를 부풀려 대외선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외신이 평양에 도착하면 노동당원들을 대량소집해 손전화(스마트폰)를 사용하면서 해맑게 웃거나 북적이는 백화점 등의 장면을 연출한다. 북한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우리 공화국(북한)은 인권을 보장하는 지상낙원"이라 주장하기 위한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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