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금 1%P만 낮춰도 국민부담 5000억 줄어’

[투데이코리아 = 충청취재본부 이범석 기자] 최근 잇따른 폭염주위보 속에 에어컨 사용이 급증하면서 전기요금 누진세에 불을 붙였다. 이에 朴 대통령이 직접나서 전기요금 전면개편을 시사하는 등 여야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누진제를 완화하거나 당정 TF팀을 구성해 전기요금 전면 개편을 강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고지서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항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청구 요금이 얼마인지만 확인하지만 청구 내역을 자세히 살펴 보면 ‘전력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매월 수천원씩 국민들의 지갑을 털어간 항목이 나타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전기사업법에 따라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준조세에 해당하는 세금이다.

전기요금의 3.7%를 차지 하는 전력기금은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봄이나 가을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여름이나 겨울과 같이 전력사용이 많은 시기에는 누진세 등에 따라 전기 요금이 급증할 경우 부담액도 증가하게 된다.

예를들어 평소 4만원의 전기요금이 부과됐던 가정에 전기 사용량이 늘어날 경우 누진제를 적용받아 12만원이 부과 된다면 이 가정에 부과되는 전력기금은 1480원에서 4440원으로 2960원이 증가되어 청구된다. 누진제 요금에 누진 전력기금까지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력기금’이라는 항목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수입을 보면 2조1440억원이 전력기금을 통해 징수됐다. 반면 사업비 지출은 1조9106억원으로 2394억원이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전력기금 수납액은 전기요금 인상과 전기사용량의 증가로 2013년 1조8275억원에서 2015년 2조1440억원으로 지난 3년간 2865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준조세 명목으로 징수된 전력기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9년 전력기금으로 걷어들인 세금 중 1700억원을 투자했다가 원금 350억원을 까먹는 등 혈세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연간 2000억원이 넘는 대기업 연구개발비(R&D)가 무상 지원되고 대기업인 민간발전사 민원처리비용으로 1000억원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완주 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전력기금은 사업비 대비 여유 자금율이 무려 73%에 달하며 이는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율 10∼15%(1684억∼2527억원)와 비교해 4.9∼7.3배나 높은 실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도하게 징수되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전력기금을 조금만 줄이면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의 부담이 줄어들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4200억 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며 국민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저력기금의 0.5%P를 내려 3.2%로 조정할 경우 국민부담은 1조8086억원으로 2826억원이 경감될 수 있다.

또한 1%P를 내려 2.7%가 되면 국민부담은 1조5260억원으로 5652억원이 줄어들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1.7P%를 내리면 국민부담은 1조1304억원으로 경감액만 8888억원이나 된다.

반면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8월 18일 새누리당과 정부는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당정 태스크포스 첫 회의를 개최했지만 결과는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태스크포스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2011년에 열린 ‘9·15 정전사태와 전력산업 구조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전기요금의 인상 수준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훨씬 밑돈 반면 고유가로 석유·석탄·가스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다른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수요 전환이 물밀듯이 발생해 결국 전력 수요 급증이 9·15 정전 사태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고 밝혔다.

손 교수의 당시주장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이 낮다는 논리부터가 잘못됐다. 실제 가정용 전기요금을 kWh로 계산하면 kWh 200원이 된다. 이는 미국(116원), 프랑스(142원)보다 높고 일본(202원)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따라서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17%에 불과한 주택용 소비전력보다 월등히 많은 77%의 산업용 전기가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결국 전기 요금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불합리한 전력기금 등의 과도한 징수나 징벌적 누진제 등의 개편은 반드시 이루어져 세금을 정당하게 내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이 더이상 전기 사용에 있어 나라의 눈치를 보거나 두려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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