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파도 등 변수.. 길 잃으면 99% 사망


몽골 고비사막을 걷는 탈북소년. 사진=영화 '크로싱' 中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24일 신원미상의 북한 주민이 서해상에서 스티로폼 하나에 의지해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된 것과 관련해 해상(海上)탈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탈북 루트는 ▲ 중국→몽골 ▲ 중국→동남아 ▲ 중국→해외대사관 ▲ 중국→한국 직통 ▲ 해상 등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어느 하나도 쉽지 않은 길이지만 동남아 루트는 그나마 '안전한' 편이다. 구간 마다 1명씩 배치되는 탈북브로커를 따라 위조신분증 등을 이용해 열차편 등으로 이동한 후 태국 경찰에 자진신고하면 된다.

적발 시 예외 없이 북한으로 되돌려보내는 중국 공안(경찰)에만 걸리지 않으면 된다. 태국에 간 탈북자는 열악한 환경의 수용시설에 수달 간 수감된 뒤 한국 등 제3국에 '추방'되는 방식으로 자유세계에 망명한다.

해외대사관 루트도 비교적 안전한 길에 속한다. 한국 북한인권 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수십 명이 집결한 뒤 한꺼번에 대사관으로 몰려가는 방식이 주(主)가 된다.

대사관을 경비하는 공안 병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모두를 잡아들일 수는 없다. 더구나 전 과정이 촬영되는 경우가 많기에 국제여론을 의식한 중국 정부가 체포한 탈북자를 북송(北送)시키지 않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들은 최대 1년간 머물다 중국 당국의 허가가 떨어지면 원하는 국가로 보내진다.

한국으로의 직통 루트는 두말할 나위 없이 가장 안전한 루트다. 위조 여권·비자 등을 미리 준비해 베이징(北京)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인천공항에 입국하는 방식이다.

해외 출장이 잦거나 고위직에 있는 평양 시민이 주로 이용한다. 드물지만 장사 등으로 재산을 모은 내륙 지역의 신흥부유층이 국가안전보위부(비밀경찰) 요원에게 뇌물을 주고 국경까지 '배달'된 사례도 있었다.

몽골 루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사막인 '고비(ゴビ)사막'으로 인해 '죽음의 루트'로 불린다.

일단 몽골까지 가서 현지 경찰이나 국경경비대에 자진신고하면 동남아나 대사관과 비교할 수 없는 안락한 처우를 보장받지만 사막에서 실종 후 사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정표가 없기에 한 번 길을 잃으면 운 좋게 몽골 경비대에 발견되지 않는 이상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다. 식수가 없음은 물론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 밤에는 뼈를 깎는 추위에 시달리다 결국 사망하고 만다.

국경과는 거리가 먼 황해도와 강원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해상 루트는 몽골 루트를 능가하는 죽음의 길이다.

예정된 방향으로 직진만 하면 안전한 몽골과 달리 바다에는 태풍과 파도 등 변수가 존재한다. 식수와 식량 부족은 덤이다. 나침반이 고장나거나 연료가 고갈되거나 길을 잃을 경우 사망 확률은 99%에 육박한다.

간혹 기적처럼 일본까지 표류해 천신만고 끝에 구조되는 사례도 있다. 근래에는 일본의 한 마을을 거닐던 부랑자 차림의 남성을 주민이 신고했는데 알고보니 해상탈출한 탈북자였던 사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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