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불신의 대상 전락…국민 신뢰 회복하긴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투데이코리아= 박고은 기자] 신뢰할 수 없는 존재 사법부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구속)로부터 금품을 챙긴 혐의로 지난 1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김모(57) 현직 부장판사를 긴급 체포했다.


지난 4월 촉발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전방위 로비의혹'으로 사법부‧법조계의 전관예우, 청탁‧알선이라는 암묵적 기득권 체계가 드러나 발칵 뒤집힌 상황에서 이번 현직 부장판사의 부패까지 차례로 드러나자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는 등 사법부의 악재가 잇따라 나오면서 가장 청렴하고 공정해야 할 사법부가 망신을 넘어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김 부장판사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고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사실상 무상으로 인수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매매했다고 주장했지만, 정 전 대표가 차량 매각 대금인 5000만원을 되돌려줘 사실상 공짜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와 다녀온 베트남 여행 경비, 부의금 명목 400만~500만원 등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사이면서도 네이처리퍼블릭이 피해자인 항소심 재판 3건에 대해 회피나 재배당 신청을 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김 부장판사가 성형외과 원장 이모씨(52·구속)를 통해 정 전 대표가 건넨 뒷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원정도박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정 전 대표가 항소심에서 선처를 받기 위해 벌인 로비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긴급회의에서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고 치부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받은 충격과 상처만을 한탄하고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며 "비록 재판은 법관 각자가 담당해 행하는 것이지만, 국민이 인식하는 법원은 모든 재판 결과와 경험이 녹여져 들어 있는 하나의 법원임을 생각해야 한다. 어느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되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양 대법원장은 "우리는 힘을 다해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법관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데 발을 맞춰야 할 것이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직무윤리에 있어 이완된 분위기가 법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법부의 보이지 않는 손

양 대법원장의 말처럼 부장판사의 뇌물 사건은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 없다.


현직 판사의 이 같은 금품비리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일어난 금품비리 사건은 지난해 1월 이른바 '명동 사채왕'에게 억대 금품을 챙긴 최민호 전 판사로 당시 현직 판사 신분으로 긴급 체포돼 조사 받았다. 또한 2006년 법조 브로커 사건 때는 조관행 당시 고법 부장판사가 뇌물 비리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되고 있기에 외부에서 법원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다. 때문에 법원과 법관의 비리는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인맥‧지연‧혈연 또는 뇌물로 사건을 무마할 수 없도록 사법부의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구속기준과 양형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재판관이 누구냐에 따라 들쑥날쑥한 고무줄 양형이 문제가 된지 오래다.


물론 법원이 재판관의 자유심증과 판단재량의 남용을 막기 위해 객관적 기준 마련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저 가이드라인에만 불과하다. 양형기준에 어긋나는 판결을 한다 해도 판결문에 그 이유를 꼭 밝혀야 할 필요가 없다.
대법원의 ‘양형 기준 제도 시행 이후 연도별 준수율 현황’에 따르면 미준수율이 20%를 넘은 범죄 유형은 ▲뇌물(22.1%) ▲증권·금융(21.8%) ▲선거(22.0%) ▲지식재산(20.5%) ▲변호사법 위반(23.1%) ▲성매매(21.2%) ▲식품·보건(23.6%) ▲약취·유인·인신매매(28.6%) 등 8개 로 이 중 뇌물, 증권·금융, 선거, 지식재산 범죄 등 다수는 주로 사회 지도층이나 고학력자들에 의한 ‘화이트칼라 범죄’다.


특히 뇌물 범죄는 2013년(18.1%)부터 2015년까지 양형 기준을 지키지 않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처럼 사법부의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양형 문제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 신뢰, 우병우부터 잡아야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법조 비리로 현직 검사장이었던 진경진 검사장이 구속된데 이어 현직 부장판사가 긴급 체포된 것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운영이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법조 비리로 법조계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처분과 판결들에 의아해했던 국민들은 이번 사태를 보며 법조계에 부패와 비리가 깊이 침습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최근 우리 사회에 도덕불감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더욱이 공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사회를 굳건하게 지탱해야할 사법부가 비리로 도덕불감증을 증폭하고 있어서 매우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윤 수석대변인은 우병우 사태를 언급하며 “측근들의 잘못된 보좌와 이를 감싸는 대통령의 고집은 자신이 강조해마지 않았던 법치를 조롱거리로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법치의 훼손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우병우 수석을 비롯한 측근들과 사정기관을 앞세운 불통의 국정운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청와대의 감싸기와 검찰의 편파수사는 사법권을 위태롭게 흔들고 있다.


검찰의 독립적 수사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매우 보여 진다.


실제로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우 수석 집은 제외한 바 있다. 더욱이 농지법을 위반한 우 수석 처가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도 뒷북 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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