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신기한 기자] 임공임신중절수술(일명 낙태)을 진행한 의사를 비도덕적 진료로 보고 의사 면허자격정지를 처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오는 11월 2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정부안대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이 시작될 경우, 모든 산부인과의사들의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행 모자보건법이 임신중절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자보건법은 근친상간, 강간, 부모의 유전자 이상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중절수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회장은 "임신중절의 99%는 '원치 않는 임신' 때문이다. 이들을 모두 강제로 출산시키면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대책없는 의사 처벌 위주의 무책임한 정책 보다는 인공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임신 20주 이후의 낙태는 마땅히 처벌해야 하지만, 무뇌아 낙태까지 금지하는 현행법은 너무도 비현실적"이라며 "'사회·경제적 요인까지 낙태 허용 범위에 넣고 있는 여러 국가들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를 금지하면 중국 등으로 원정낙태를 가게 될 것이다. 또 낙태를 금지한 필리핀의 경우 모성사망율이 매우 높다"면서 "입법예고안대로 시행될 경우 단 한 명의 산부인과의사도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후 벌어지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동욱 구산부인과의사회비상대책위원장도 "낙태 사안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처벌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상식이하의 행태"라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모자보건법의 낙태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 소송을 내는 의사가 있다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박복환 직선제 산의회 법제이사는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 보다 중요하다는 법리는 이미 나와 있는 상태다. 그러나 모자보건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개별 사안에 대해 위헌판결을 받아야 하므로 의사회가 나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직선제 산의회는 9일 서울 그랑서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제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회원들 상대로 임신중절수술을 비도덕 진료행위로 간주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침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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