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인수 가능성 제기…론스타만 배불리나?

외환은행 매각관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심사가 늦어져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영국계 HSBC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작업에도 얼마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져 론스타 배만 불리고 있다는 우려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내년으로

금융당국이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늦어질 것으로 밝히면서 론스타와 HSBC은행이 체결한 외환은행 매각관련 계약이 안개 속으로 멀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내에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벨기에 금융감독위원회가가 '론스타 특수관계인이 벨기에 현지 회사의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알려와 추가 확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금감원에 제출한 해외 투자 현황 자료에는 벨기에 투자 내역이 없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나타난 것이다.

당국에 따르면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면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쳐 은행 소유 자격이 없어진다. 현행 은행법이 말하는 비금융주력자란 ▲동일인(본인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 관계자) 중 비금융회사(대통령령이 정하는 비금융업종)에 투자한 자본총액 합계액이 동일인 회사의 자본총액의 25% 이상인 경우, 즉 론스타가 벨기에 회사에 투자한 액수가 25% 이상의 경우이거나 ▲동일인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 즉 벨기에 회사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금액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금감원은 앞으로 론스타로부터 벨기에 투자 내역에 대한 자료을 제출받아 확인 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만약 론스타가 벨기에의 비금융 회사에 투자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그 규모가 정해놓은 금액보다 크다면, 외환은행의 대주주 적격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시기를 말하기 어렵지만, 빨라야 내년 초에나 적격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언제 끝나? 론스타 이익만 불리네

헐값 매각 의혹 법원 판결에 이어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늦어지면서 도대체 끝이 어디냐는 목소리마저 높아지고 있다.

판결 관계자는 “재판이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힘든 상태. 검찰이 많은 증인을 내세우며 시간을 끌 경우 이를 견제할 방법이 없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론스타가 지난해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에 팔았을 경우 얻었을 이익은 약 4조1800억원이다. 지급관련 문제로 이 계약이 깨지고 영국계 은행 HSBC와 새 계약을 했다. 론스타가 이로써 얻을 이익은 약 5조4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익은 1조2200억원가량으로 론스타 주머니만 두둑해진 셈이다.

차일피일 미뤄온 매각관련 사안이 이번 대주주 적격성 여부 검정으로 더 늦어질 전망이다. 혹자들은 론스타 사태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을 기피할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내놓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국민은행에 이어 HSBC와의 계약마저 파기돼 세번째 인수전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냐면서 상황이 그렇게 될경우 론스타의 지갑은 더 두둑해질 게 아니냐며 꼬집기도 했다.

◆외환은행장, “HSBC에게 인수할 듯”

한편 리처드 웨커(Richard F. Wacker) 외환은행장은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HSBC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4월 말 이후에도 어느 한쪽이 계약파기를 선언하지 않는 한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며, 결국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웨커 행장은 “HSBC는 외환은행의 브랜드와 해외영업망을 유지하고 직원 고용을 보장할 것도 약속했다.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과 비교했을 때 HSBC가 최고의 선택”이라고 입장을 고수했다.

웨커 행장은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에서 제기하는 국내 자본 역차별 주장에 대해 “인수 기회가 있었는데도 희망대로 안 됐다고 역차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꼬집으면서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외환은행이 중국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고, 증권사가 없는 HSBC가 국내 증권업에도 진출해 증권 관련 사업도 유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반(反) 외자 정서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지만 한국 정부의 정책에는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 차익 중 1000억원을 기부키로 한 약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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