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사 연극모임 이끄는 부산 서중 강병용 교사


<강병용 교사가 연극 '그학교'에 출연해 열연하는 모습>


[투데이코리아=이상숙기자]부산에서 활동하는 교사극단은 단 2개다. 그 중 극단 '조명이 있는 교실'은 15명의 단원으로 1년에 2회 공연을 한다.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연출과 희곡, 연기 등 1인 3역을 맡고 있는 강병용(54)씨는 "연극을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그의 색다른 연극 인생을 만나봤다.



Q. 연극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성격이 무척 내성적이었어요. 돌이켜 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받아들이는 것에만 익숙했어요. 수업시간 선생님 설명 듣고, 책 읽고, TV 보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말하기보다 듣는 경우가 많았죠. 고등학교 졸업할 때 쯤 저의 성격에 회의를 느끼게 됐어요.

성격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연극부에 가입했어요. 마음 속에 숨어있던 끼와 열정을 발산하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노래 부르고, 춤추고, 연기하고…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경험을 맛보게 되었고 너무 즐거웠어요.

성격도 많이 바뀌었고요. 원하던 바 그 이상을 이룬 거지요. 연극부에 들어간 것은 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Q. 부산 교사 연극 모임 '조명이 있는 교실'에서 하는 활동은?
=졸업할 때 극단 활동하는 선배들이 연극할 생각이 없냐고 묻더군요. 약간 고민을 했죠. 연극도 좋아하지만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그 꿈을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교사의 길을 선택했죠. 하지만 ‘교사하면서 연극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 꿈을 실현시킨 것이 ‘조명이 있는 교실’이라는 교사 극단입니다. 연극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을 모아 극단을 만든 것이지요.

‘조명이 있는 교실’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아무래도 그 꽃은 공연이라 할 수 있죠. 초창기에는 매년 공연을 발표하다가 요즘은 2년마다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들 선생님이라 학생을 대상으로 연극반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교사연극모임이 다른 지역에도 있는데 함께 모여서 ‘전국 교사 연극 모임’을 만들어 전국 단위의 교사연극 연수 등 활동도 펼치고 있답니다.

Q.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고른다면?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라면 ‘그 학교’입니다. 학교의 일방적 권위주의를 풍자한 작품인데, 제가 대본을 쓰고 연출을 했습니다. 첫 발령 나서 학교에 가 보니 학교 사회가 교장의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전체가 움직여 나가더라고요. 무척 실망 했어요. 이것에 대해 연극을 꼭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죠.

독일 작품 중에 ‘비밀모자’가 있는데 아버지의 모자로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풍자한 작품이에요. 저는 그 모티브를 보면서 교장의 지시봉을 매개체로 연극을 만들었어요. 공연 당시 굉장한 호응을 받았고, 우리 모임의 레퍼토리 작품이 되어 여러 차례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한번은 제가 배우로 출연한 적도 있고요. 그리고 고등학교 연극부가 이 작품으로 연극제에 참여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무척 뿌듯했지요.

Q. 본인의 연출 스타일은?
=저는 주로 연출을 하는데 정말 수많은 선택을 해야 하더라고요. 연출 스타일은 제가 생각하는 그림을 배우에게 직접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면서 그 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기에 지지를 보내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하는 것이 저도 즐겁고 배우도 즐거워합니다.

Q. 연극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 선택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조명과 관련해서는 선택하기가 무척 어려워요. 제가 그런 쪽으로는 경험도 짧고 미적 감각이 많이 부족해요. 장면마다 여러 가지 조명 아이디어를 놓고 선택을 할 때는 정말 속된 말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더라고요.

Q.아이들의 성장에 연극이 미치는 영향은?
=전문계 고등학교에서 연극부를 지도할 때 이야긴데요, 아이들이 대부분 자신감이나 자긍심이 비교적 낮은 편이에요. 처음에 1시간 정도 분량의 대본을 주면 대부분 아이들이 대사를 외울 자신이 없어 배우는 못한다고 합니다. 대사를 완벽히 외우지 않아도 상황에 몰입하면 무대에서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 넣어줘요.

아이들이 처음에는 잘 못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한 달 정도 연습해서 실제 공연을 할 때 정말 대사 실수 없이 다들 잘 해내거든요. 아이들 스스로 놀라고 뿌듯해 해요. 그리고 주위의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깜짝 놀라고 보는 눈이 달라져요. 이처럼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인문계 아이들은 성취동기가 강한 편인데 좋은 공연 만들겠다는 욕심에 정말 밤늦게까지 열심히 연습합니다. 처음에는 어설펐던 대본이나 연기가 점점 나아져서 공연을 올릴 때쯤이면 멋진 작품으로 완성되지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에 스스로 감동해서 울기도 해요. 교과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지요.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영양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사회 과목 교사 25년차에 새내기 국어교사에 도전했다던데 이유는?
=고등학교 때부터 국어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요. 여러 가지 가정문제가 꼬여 사회교사가 되었지만 늘 국어 교사가 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어요. 특히 국어교사가 되면 연극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늘 들었어요. 20년 넘게 사회를 가르쳐왔는데 3년 전에 국어교사를 과감하게 선택했지요. 현재는 국어교사가 되어 3년째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는 교사나 학생들과 함께하는 연극 활동을 주로 해왔는데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말하자면 전업 주부 여성이나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그들의 삶을 담은 연극을 만드는 작업 같은 거요. 그리고 전문 극단의 공연에 한번 정도 참여해 봤으면 하는 욕심도 있고요.

<사진제공=전국 교사 연극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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