昏庸無道 앞 수출부진·양극화·성장하락 직면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최순실 게이트' 앞 여야(與野) '밥그릇 싸움'은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에 제동을 걸고 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예결산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최순실 예산'은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1278억) ▲개발도상국 개발협력사업(185억) 등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감독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예산은 모조리 취소시킬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같은 날 "최순실과의 연관성만을 예산 삭감 기준으로 삼는 것은 입법부(立法府) 품위를 스스로 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안별로 정책 취지, 대상, 실효성을 살펴 필요성을 검토하고 관리 측면에서 엄격히 집행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차은택 감독이 만든 예산이라 해도 그 혜택을 받게 될 국민들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작년 정부는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으로 5년간 5만3천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올 8월 69억 예산으로 12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을 삭감할 경우 이들은 졸지에 실업자가 되는 셈이다.

개도국 개발협력사업도 전면 취소될 경우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제 외교 관례상 약속을 어길 경우 해당국에는 심각한 신용 저하가 발생한다. 이는 해외 일자리 창출 위축으로도 이어진다.

더민주는 '최순실 예산' 삭감을 예고한 반면 정략적 목적이 다분한 예산 증액에는 적극적으로 임했다.

▲아동복지서비스 ▲저소득 장애인 의료비 등 긴급복지 예산을 200억 원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자리가 늘어 세수(稅收)가 증가돼야 복지예산도 비례해 높아진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민주는 '청년일자리 70만 개 창출' 예산으로 약 1조 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 일자리 창출에 성공한 사례는 과거 없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노린 '표밭 다지기용' 선심(善心)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2007년 초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노무현 정부가 청년실업 대책으로 4년간 2조5천억 원을 사용했지만 청년 일자리는 오히려 44만 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증가분에 대해서는 "양 늘리기에만 치중해 양극화(兩極化)가 심화됐다"는 비판이 노동계에서 나왔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 일자리 대책은 공수표(空手票)로 끝나는 사례가 빈번했다.

더민주 발표는 정부 예산은 삭감하고 실현 가능성이 의심받는 자당(自黨) 예산 증액에는 '올인'하겠다는 것으로도 평가돼 부정적 시선을 받았다.

여당도 대한민국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마찬가지다. 야당과의 예산 절충은 고사하고 당내 분열 앞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같은 혼란 앞에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의 처리 목표 달성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다.


국회의 '밥그릇 싸움' 앞에 대한민국 경제는 기울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로 대립하던 10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25%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선박을 제외하면 감소치는 무려 5.4%에 이른다.

올 8월 통계청은 국민 중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6.0%나 줄었다고, 소득 5분위(상위 20%)는 1.7%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지만 국회는 '그들만의 리그'를 위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급기야 일본 노무라(野村)금융투자는 7일, 이러한 혼란 앞에 대한민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0.7%에서 4분기 0.2%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대한민국에는 지금 '빨간불'이 켜졌다. 국민은 '최순실 게이트' 앞에 분노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라를 버린 것은 아니다. 국민의 삶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말 2016년을 상징할 사자성어로 학계에서 선정된 혼용무도(昏庸無道. 어지럽고 무도한 세상)를 원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국민은 국회의 오랜 고질병인 정쟁(政爭)에도 이미 진저리를 치고 있다. 책임질 자는 책임지고, 수습해야 할 자는 수습하며, 국민의 공복(公僕)은 민생(民生)을 위해 쉼 없이 일해야 한다는 기본적 이치를 여야는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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