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檢유착 앞 현실화되는 투자·고용 대란


미하일 호도르콥스키


[투데이코리아=박진영 기자] 검찰(檢察)은 양날의 검이다. 본래 기능은 범죄수사를 통한 형벌권 행사다. 이를 통해 사회를 정화시키고 정의를 구현한다.

그러나 검찰은 한편으로는 이러한 막강한 권한으로 인해 종종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사회를 부패에 빠트리고 숙청의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른바 '정치검찰'이다.

'정치검찰'에 의한 권력남용의 대표적 사례는 2003~2005년 발생한 러시아의 미하일 호도르콥스키(Mikhail Khodorkovsky) 처벌 사건이다.

당초 사건의 발단은 야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었다. 그러나 여야(與野) 정치인 간 이런저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들면서 죄는 엉뚱하게 젊은 기업인 유망주였던 호도르콥스키가 덮어썼다.

러시아 검찰은 2003년 10월, 사기·횡령·조세포탈 등 무려 7가지 혐의를 내세워 그를 전격기소했다. "호도르콥스키가 자발적으로 정치권에 뇌물을 댄 것으로 해서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식이었다. 이후 사태는 일사천리로 흘러갔다.

호도르콥스키가 운영하던 대기업 유코스(Jukos)는 체납세금이라는 명목으로 275억 달러를 추징당한 뒤 결국 2004년 11월 공중분해됐다.

핵심 계열사였던 유간스크네프트(Yugansknefte)가스는 정치권 돈줄 역할을 하던 국영 석유회사 가즈프롬(Gazprom) 등에 매각돼 그룹은 사실상 파산했다.

2005년 많은 러시아 국민들이 호도르콥스키에 대한 처벌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정치검찰'이 휘두르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누구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호도르콥스키는 재판에서 9년형을 선고받아 2013년까지 형량을 채워야만 했다.

한 때 석유생산량에서 러시아의 20%, 전세계의 2% 가량을 생산하던 대기업이 해체됨에 수많은 임직원들이 졸지에 직업을 잃고 길거리로 나앉았다.

사태 본질이었던 야당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채 유야무야(有耶無耶)되고 말았다.


2016년 11월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비선실세' 최순실이 국정(國政)을 마음대로 농단했다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 불똥이 엉뚱하게 재계로 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8일 오전 6시40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삼성 측이 최순실과 모종의 계약을 맺고 자발적으로 뇌물을 바쳤다는 혐의다.

검찰은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을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때문에 정치권, 특히 평소 '재벌 길들이기'를 벼려왔던 야권 입김이 상당수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야권에는 과거 사회주의 활동에 참여했다가 국회 입성으로 '권력의 맛'을 안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여럿 포진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호도르콥스키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재계는 정치권의 '밥'이다. 입법(立法)이라는 국회 권력과 형별권이라는 검찰 권력이 만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국회는 언제든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설 수 있다. 검찰은 수시로 기업인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자연히 재계는 이러한 '핵폭탄'를 쥔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오라면 가야 하고, 이들이 하라면 해야 하고, 이들이 내놓으라면 내놔야 하는 것이 재계의 처지다.

이러한 정검유착(政檢癒着)은 정치적 후진국일수록 두드러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치권이 검찰을 앞세워 기업을 유린했다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정치권과 검찰의 '재계 죽이기'는 대한민국이 후진국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 '서민'을 외치는 정치권의 검찰을 앞세운 '재계 죽이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노동자와 서민들이다.

재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고용시장에 악재(惡材)로 작용한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롯데카드는 지난 6월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뤄지는 와중에 이뤄져 연관성이 기정사실화 됐다.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는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신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일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되면서 경기회복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에 의하면 10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25% 감소하면서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선박을 제외하면 감소치는 무려 5.4%에 이르렀다.

급기야 일본 노무라(野村)금융투자는 7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분기 0.7%에서 4분기 0.2%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의 '후진국 자처'는 국제 신용도를 떨어트려 해외 자본 투자를 막는다. 고용시장 위축은 내수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재계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다. 때문에 검찰은 '최순실 사태'의 본질인 최순실의 국정농단 여부에만 수사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치검찰'을 자처해 대한민국의 정치적 후진성을 전세계에 '광고'하고 나아가 고용시장마저 위축시키는 행태를 지양(止揚)해야 하는 까닭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