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책임' 血眼.. "인간 포기" 한목소리 비난

[투데이코리아=이주용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이 검찰에 구속된 가운데 그가 구축한 '왕국(王國)'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으로도 십수 명이 연루되어 있어 그들이 누구인지 한 눈에 파악하기는 지금으로서도 쉽지 않다.

본지(本誌)는 최순실의 주변인물들이 어떤 인물인지, '왕국'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장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짚어보려 한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1959.7~)은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대구 출신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대구광역시 달성군을 지역구로 뒀다.

안 전 수석은 성균관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미국 위스콘신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은 경제통이다.

미국 빈곤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대우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조정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시립대 경제학 조교수,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및 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박 대통령과는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당해 19대 총선에 출마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안 전 수석은 2007년부터 약 10년간 박 대통령 신임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은 2014년 의원직에서 사임하고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둥지를 옮겨 청와대 경제 정책을 전담했다.

이후 2016년 5월에는 정책조정수석으로 영전(榮轉)하면서 명실상부한 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올라섰다.

안 전 수석은 그러나 '왕(王)수석'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 중심에 올라서면서 '비선실세' 최순실 씨와 함께 국정(國政)을 농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결국 11월 2일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이어 6일에는 전격구속돼 구치소로 향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및 강요미수 혐의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공직자였던 점을 감안해 최순실·차은택과는 달리 '공범'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그가 직권남용의 '주범'이라는 해석이었다. 한 때 '왕의 남자'였던 권력실세는 몇 평 남짓한 싸늘한 수감시설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안 전 수석과 최 씨가 언제 처음 대면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는 바가 없다. 다만 최 씨가 약 40년 동안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점에서 2007년부터 이미 안면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다양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 씨 부친 최태민 씨가 만든 사이비종교 '영세교(또는 영생교)' 신도였다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두 사람이 '육체관계'였다는 눈길도 있다.


두 사람은 처음에는 서로를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올 2월 최 씨 지시로 SK그룹을 찾아가 80억 추가 투자를 요구했다. 또 안 전 수석으로부터 일이 잘 됐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검찰은 현재 관계 규명을 위해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와 다이어리를 압수해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다수 '대포폰'을 사용할 정도로 '비선 보안'에 신경 쓴 것으로 전해진다.

서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과 달리 안 전 수석과 최 씨는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춘 듯 "박 대통령 지시로 했다"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몰아가고 있다.

안 전 수석은 최근 검찰조사에서 "대통령 말씀 듣고 (미르·K) 재단 모금을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최순실이 뒤에 있을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최 씨도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

때문에 두 사람이 수십년 인연의 박 대통령을 '배신'하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 유리한 진술을 해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야당은 '박 대통령 2선 퇴진'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다.

법원은 12일 민중총궐기에서의 '청와대로의 돌격'을 허용하는 등 친(親)야당적 판결을 근래 잇따라 내놓고 있다. 80년대 운동권 중 일부는 판·검사로, 일부는 변호사 업계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박 대통령은 오랜 친구와 측근의 비리, 그리고 배신에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親朴)계 관계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최악의 배신을 당했다"고 주변에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최 씨와 안 전 수석의 비리를 지켜보고 '뒤집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목숨을 잃은 부친 박정희 대통령 사건으로 인해 '배신'에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의 ▲대통령 책임 씌우기 ▲친(親) 야당 행보 ▲국정농단을 두고 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진영, 그리고 중도층에서도 한 목소리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수십년 친분을 헌신짝처럼 내다 버리고 책임 덮어씌우기에 몰두하는 반(反)인륜적 행태, 필요에 따라 정치적 신념을 바꾸는 '철새' 행보, 대통령의 믿음을 저버리고 부정축재(不正蓄財)에만 혈안이 됐던 탐욕이 더 이상 "인간이기를 포기한 모습"이라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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