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미숙 기자]'엄마'라는 것을 한 순간도 잊어버린 적이 없다. 단지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알아챘을 뿐.

올 가을 시청률은 크게 눈에 띄지않았지만 잔잔하고 가을가을 하면서 가볍지않은 '질문'을 던진 드라마가 얼마 전 끝났다.

최수아(김하늘 분)는 베테랑 여승무원으로 항공기 기장인 남편 박진석(신성록 분)을 만나 일찍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다. 여느 젊은 남녀가 그렇듯 두사람은, 아니 최소한 최수아는 '사랑에 빠져' 결혼했다. 두 사람의 직업은 한 곳에 정착하기 보다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하는, 안정되고 한정된 공간이라기보다 계속 떠다니는, 불안한 그들의결혼생활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이를 낳고 살지만 함께 하는 시간은 적고, 어떤 이유에선지 부부는 다른 공간에서 지낸다. '별거'라기보다 남편 박진석이 원해서 택한 '따로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박진석은 그의 아버지처럼 아내를 '자네'라 부른다. 직장에서처럼 아내와 남편은 상하관계로 여전히 남아있었다.

최수아는 딸 효은이를 말레시아 국제학교에 보내려는 남편의 뜻을 거역하지 못한다. 아이에 대한 사랑보다 부모의 의무는 아이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 믿는 남편의 뜻을 어쩔 수없이 따른다.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배우 이상윤이 분한 서도우. 보통은 아이들 교육에 관한 일이라면 엄마들끼리 만나 이야기하는 것인데, 서도우는 엄마 대신 엄마 역할을 하는 아빠다.

첫 눈에 강함 끌림을 느끼지만 결혼해 가정이 있는 남녀라서 그저 친구의 부모일뿐 거리를 두려하지만 계속되는 우연에 '운명'을 직감한다. 서도우의 양딸 '애니'의 죽음이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것 같은. 서도우 엄마의 마지막 길에 팥죽 한 그릇 대접하는 최수아를 통해 다시 '인연'의 끈이 이어지는 두 사람. 서도우 친구의 말대로 '온 우주'가 두 사람을 만나게 하려고 힘을 쓰고 있는 듯 했다.

최수아는 결혼한 남녀가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애써 외면하려하지만 그럴수록 끌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만지지않기, 바라지않기, 헤어지지않기' 등 3무(無) 사이로 천천히, 직접 만남보다 문자로 더 깊이 만나는 두 사람.

최수아가 서도우를 만나고 소통하면서 배우자에게서 얻지 못하는 위안과 따스함을 얻지만 한편에서 불안한 이유는 '결혼'했다는 이유일 것이다. 최수아는 서도우를 통해 잠깐씩 숨통이 틔인다. 그래서 서도우를 떠나지 못하고 잠시나마 그에게서 위로를 얻는 자신을 이런 말로 토닥인다.

"외국 가서 잠시 3~40분 사부작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인생 뭐 별거 있나, 이렇게 좋으면 되는 거지 하고 다시 힘나는."


한편 서도우는 양딸 애니의 죽음을 통해 아내 김혜원의 진실을 알아간다. 아내가 선하디 선한 어머니와 자기를 속이고 결혼한 것을 알아버린 것. 서도우는 최수아와 상관없이 본인이 통과해야할 삶의 무게를 혼자서 지나가기로 하고, 최수아에겐 '문자만으로 설레는' 사이라는 게 있다, 당분간 문자로만 연락하자, 절대 헤어지는 것 아니라고 한다.

최수아는 출근길에 갑자기 타고 가던 공항버스에서 내렸다. 무언가 답답한 게 지금 타고 있는 인생에서 하차하고 싶었던 것. 버스에서 내려 문득 올려다 본 하늘. 얼마만에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파란 하늘인가.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빨래널고 있는어떤 아낙네의 모습. 바쁜 생활에 쫓겨 한번도 저런 여유를 즐겨보지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사표'를 던진다.

그리고 서도우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녀 스스로 인생을 찾아가보려고. 누구때문이 아니라 내가 혼자서 내 인생을 찾아가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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