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미숙 기자] 최수아는 갑자기 생긴 ‘시간’앞에서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했던 딸 효은과 여행을 준비한다. 남편이 사실은 친한 승무원와 결혼 전에 동거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지만 굳이 내색하지않으면서. 그 동안 관계와도 ‘단절’하기위해 핸드폰도 쓰레기통에 버리고서.

문득 딸과 떠난 여행지는 최수아의 어릴 적 고향 제주도였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곳이었지만 가족끼리만도 행복하고 따뜻했던 그곳에서의 시간이 그리웠던 것인지. 남편에게는 딸이 국제학교에 입학했다는 말로 거짓말을 해서 제주도의 생활을 허락받는다.

한편 서도우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작품을 들고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전시실을 할 곳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다. 그러다 문득 발견한 그 곳, 바람이 불고 바다가 보이고 그런 곳에 자리를 잡고 살아간다.

우연히, 정말 우연히 두 사람은 제주도 같은 동네에 터를 잡았다. 끌리고 좋아하는 게 같았기때문인지, 우주가 도와주고 있는 것인지, 그렇게 제주 공항에서 다시 조우한다.

제주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최수아에게는 남편과 물리적 분리였다. 최수아는 “점검 끝”이라는 말로 그녀의 마음도 정리가 되었음을 암시한다. “끝내야죠. 그래야 좋은 것을 당당히 누리죠”라고 했던 동료의 말처럼.

그리고 돌아돌아 다시 만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로 드라마는 끝이 난다. 서도우도 아내와 아프고 서늘한, 자신의 과거를 부정해야하는 ‘이혼’을 통과하고, 최수아도 그런 아픈 과정을 누구의 도움없이 홀로 헤쳐간다. 이렇게 ‘나만 행복해도 되는지’ 스스에게 묻고 답하며 홀로 다시 직장을 잡고 독립해서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찾는다.

‘공항가는 길’에서 최수아는 서도우라는 비숫한 듯 닮은 남자를 통해 내가 누구인지 찾아간다. 최수아의 ‘홀로 서기’를 드라마는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립고 또 그립지만 서도우라는 남자와 두 번이나 헤어짐을 택했던 것. 최수아는 엄마이지만 여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홀로 살아가는 그저 ‘나’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도에서 효은이랑 살면서 시간제로 공항에서 일하고, 또 틈틈이 귤농장에서 귤 따는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남편과 가족이 오클랜드로 떠나고 나서도 서도우에게 달려가지않고, 그와 거리를 둔 채 다시 항공사에 들어가 스스로 삶을 돌본다. 누군가 의지하는 모습이 아닌, 스스로를 찾아가는 최수아를 가장 크게 그리고 싶었던 드라마였다.

전화와 문자로 소통하는 두 사람은 길게 말하지않았지만 상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짐작해서 이해한다. 그게 참 아름답다. 어쩜 저리도 척하면 척하고 이심동심이 될 수 있는지, 무척이나 부럽고 아름다웠다.

‘공항가는 길’은 결혼한 어른들도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도발적인’ 드라마다. 시적인 대사와 아름다운 배경, 그리고 음악으로 수채화처럼 그렸다 해도. 그래서 역으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드라마. 어른도 아프고 힘들고, 그래서 힘이 되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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