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 퇴진운동 동참


[투데이코리아=박고은 기자] 지난 11월 12일 무려 100만 명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턱밑까지 행진했다.


애초 경찰은 광화문 세종대왕상 이남부근까지 행진을 허용했지만 법원이 청와대 행진을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서울광장부터 광화문 일대, 청와대가 목전인 율곡로, 경복궁역 삼거리, 안국역, 을지로, 서대문 등 서울 도심 전역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성난 시민들이 모여 1887년 6월 민주 항쟁 이후 역대 최대 집회를 만들었다.


이날 집회는 오후 2시부터 곳곳에서 시작된 사전 집회에 이어 오후 4시 본격적인 민중총궐기 집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렸으며, 오후 7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문화제가 진행했다.


시민들 중 일부분은 법원이 허용한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해 청와대를 둘러쌌다. 경찰은 이미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비 병력과 차벽을 배치한 상황이라 행진하는 시민들과 대치하기도 했다.



긴장감이 가장 높은 지역인 경복궁역 사거리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주최한 농민대회 참가자들이 상복을 입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담긴 대형 상여를 들고 합류했다.


농민대회 참가자 중 한 명은 "30년간의 투쟁 경험으로 이 상여를 메고 저 경찰들을 밀어버릴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시민과 경찰의 대척점에 상여를 세우는 것이 이번 시위에서는 옳다"고 말했다.


경복궁역 사거리 한 쪽에서는 시민들의 자유 발언과 다른 한쪽에서는 청와대에서 들리게끔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도 공범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구호를 힘껏 외쳤다.


이날 시위는 특정 집단이 아닌 가족단위, 교복을 입은 학생들 60대 이상 장년층 등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국정농단 최순실 진상규명”, “하야하라”, “탄핵” 등 문구가 적힌 피켓에 대해 아이에게 설명하거나 손피켓을 든 자녀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자유발언대에 나온 교복 차림의 학생들은 “수능보다 나라가 더 걱정”, “‘돈도 실력’이라는 사회가 더 이상 없기를,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여겨지던 보수 노년층들은 “박정희 보고 뽑아줬더니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들었다. 괜히 뽑았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평생 새누리당만 찍어왔다던 한 60대 아주머니는 “새누리당만 찍어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또한 현 사태를 비꼬는 거대한 풍자의 장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하야송' 합창에서 자유발언대에서의 신랄한 비판, 현 행태를 꼬집는 퍼포먼스 등 풍자로 가득했다.


이날 시위는 경찰의 차벽과 캡사이신, 물대포 등이 없어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하지만 현재 국민적 요구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 수용되지 않는 한 지난 12일 ‘2016 민중총궐기’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이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오는 19일, 26일 잇따라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특히 이번 19일 시위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끝나는 첫 주말이며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직후이기에 가시적 성과 없이 성난 민심이 계속 이어지게 되면 지난 12일 ‘2016 민중총궐기’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일 것으로 보인다.



오늘(15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국민의 요구에 응답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헌법 유린,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접하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깊은 분노를 느껴왔다. 하지만 최대한 인내해 왔다"며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은 대통령의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과거와 결별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명예혁명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국민이 아무리 하야를 요구해도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하야시킬 방법은 있기 때문에 마지막 법적인 수단으로 남는 것이 탄핵 절차"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