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당선공신-②원로그룹]박희태 의원,강재섭 당대표

※투데이코리아는 17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숨은 주역들을 찾아 7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사진설명=강재섭 당대표>
<사진설명=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박희태 의원(전 국회부의장)과 강재섭 의원(현 한나라당 당대표)은 원조 친이명박 계열이나 골수 이명박 라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같다. 당의 실무핵심그룹이라기 보다는 지도부 내지는 원로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이들 두 사람은 어떤 젊은 참모진 못지 않게 이명박 당선을 위해 분투한 케이스다.

이들은 또 이명박 당선자와의 어떤 인연에서보다는 '대의'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도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사로 공직생활을 시작했고, 5공 이래 긴 정치생활을 해 왔다는 점도 일치하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나 대의를 위해 뭉친 만큼, 대선 승리 후 각자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약간의 마찰음을 내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여의도식 정치격언은 적어도 이들 두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부드러움으로 소장파 돌출 감싼 원로정치인 박희태 의원

"고향 앞바다에서 전어회나 먹지,뭐". 지난 한나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 전날, 박 의원은 이명박 캠프 선대본부장 자격으로 기자들을 만나고 있었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안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향후행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의원은 경남 남해로 낙향하겠다며 여유롭게 말을 받았다. 긴 세월 정치를 해 왔고(5선) 소신껏 후보를 골라 보좌했으니, 무슨 미련이 남겠느냐는 유유자적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개표 결과 발표 후, 그는 고향 남해로 가지 못했다. 그가 밀었던 이명박 당시 경선후보는 박근례 경선후보를 제치고 한나라당에 정권을 되찾아줄 기수로 선택되면서, 그도 계속 바빠진 것이다. 다만 이명박 경선후보 캠프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대본부로 확대개편되면서부터는 선대본부장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조언역으로 활동했다는 점이 약간 다를 뿐이었다.

그가 서울고검장을 거쳐 한때 법무부장관까지 지낸 법조 출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5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성공적으로 입법가로 자리매김, 검사 색채를 지운 덕도 있겠으나, 그의 인상에서 범죄인을 수사하고 재판정에서 심문하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권이나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소탈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오랜 대변인 생활을 했다. 그때 그가 유머러스한 말투로 재치있게 상대당파와 한국정치를 비판한 기록은 지금도 대변인들의 전범으로 회자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국회의원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직업" 등 촌철살인의 말투로 많은 비평을 내놨다.

공격해야 할 지점을 정확히 짚어내면서도 듣는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게 대변인의 금도를 지키면서 최장수급 대변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단순히 말재간을 가져서만이 아니라 타고난 부지런함으로 국내 정치 동향을 분석하고 체크하면서 흐름을 꿰뚫었기 때문에 이 같은 역할을 다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박 의원은 체력적 한계에도 불구, 꼬박꼬박 회의와 행사에 참석하는 부지런함으로 타 의원들에게 솔선수범했다.

이런 원만한 인품으로 박 의원은 여야를 막론 '적이 없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당선자간에 당내 경선의 진검 승부를 펼치게 되면서, 그는 양쪽 캠프 모두에서 영입하고 싶은 정치인 1순위로 떠올랐다.그러나 박 의원은 심사숙고 끝에 "경제 살리기 적임자는 이명박"이라고 결론짓고 이 캠프를 택했다.

이명박 캠프에서 선대본부장을 맡으면서도 그는 박근혜 캠프와 날카롭게 대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캠프에 상대적으로 소장파가 많고, 소장파가 날라롭게 박근혜 캠프측과 대립할 때 조율하는 '완충재' 역을 자임했다.

박 의원의 넓은 인맥이 여의도식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이명박 당선자에게 사람을 모아주는 역할로 발휘된 것도 오늘의 이 당선자를 만든 데 큰 보탬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박 의원은 그러나 이명박 당선자 배출 이후에는 오히려 박근혜 라인 등과 각을 세우는 일에 총대를 매고 있다. 당권, 대권 분리 원칙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직격탄을 날리고 나선 것. 이후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강재섭 대표 등의 견제 발언이 나왔으나, 그 정치적 타당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원만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일의 경중 판단이나 인물 평가를 정확히 하는 장점이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

인수위 위원장감으로도 거론되는 등, 노령에도 불구, 정계 후배들은 그가 평화롭게 은퇴, 고향 앞바다를 바라보도록 당분간은 내버려 두지 않을 전망이다.

◆중요한 포인트마다 객관적으로 판단, 강재섭 대표

강재섭 의원은 검사 생활을 하다가 정치인으로 풀린 케이스. 청와대 근무 경력(법무 비서관)이 그를 정치에 눈뜨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그는 국회의원을 내리 하며 정치적으로 입지를 넓혀 왔다.

그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이다.

그 역시 정치인들의 공통적 꿈인 대권 장악을 꿈꾼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내 반응과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차라리 당권을 차지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후 당대표로 변신, 대선승리를 이끌어 냈다. 스스로에게도 냉정하게 잣대를 들이댈 수 있는 점이 강 대표의 장점이다.

당초 이회창 전 총재 라인으로 분류됐던 그는 이 전 총재의 은퇴 후 박근혜 전 대표와도 원만히 지내왔다. 그러나 그와 박 전 대표는 당내 경선 룰을 고치는 문제로 크게 틀어지게 된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유리한 룰을 적용하는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유리한 룰로 당내 경선을 치르는가로 당 여론이 양분돼 싸우는 와중에, 당 대표는 냉철하게 이 당선자측이 손을 들어줬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서는' 여론과의 소통이 필수적인데, 이전의 룰로는 한나라당 원로당원들의 의사는 100% 반영할 수 있을 지언정, 일반 민심의 트렌드를 당내 경선에 민감하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있었다. 강 대표는 고심 끝에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새 경선룰을 적용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박 전 대표측을 압박했다.

이 와중에 박 전 대표측에 불리하게 일을 한다, 당권을 계속 잡으려 역할 키우기를 하고 있다 등 여러 비판이 쏟아졌으나, 강 대표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판단대로 밀어붙였다.

이후 이명박 당선자가 당내 경선에서 대선후보로 지목됐고, 강 대표는 당대표로서 이 당선자가 완주할 수 있도록 성심껏 지원했다.

연이어 쏟아지는 BBK 공세를 방어하는 최종 사령탑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원내 상황은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여론 동향 추이까지 그는 이명박 선대본부 밖에서 모든 문제를 냉철히 판단하는 역할을 소화했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가 가는 궂은 곳마다 따라나서는 열의도 보였다. 선거 기간 중 가장 감동적인 사진으로 꼽히는 이명박 후보 연탄 나르기 행사에도 그가 바짝 붙어 얼굴에 검뎅을 묻히고 같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대선 승리 이후에는 이명박 캠프에도, 혹은 이명박 견제 세력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비판 세력이자 당권의 입으로 기능하고 있다.

일각에서 나오는 당권, 대권 분리방침 폐지 요구에 그는 소신껏 "No"라고 외치고 있다. 더욱이 친이 라인에서 벌써부터 나오는 논공행상(총선 공천 문제)에 대해서도 이 당선자와 같이 만난 자리에서 일갈할 만큼, 직선적이고 냉정하게 매조짐을 하고 있다.이 공천 문제를 벌써부터 언급하지 말라는 요청은 이 당선자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져, 즉각 "공천의 공 자도 언급하지 마라"고 이 당선자가 아래에 하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요컨대 아직 검사 시절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 나가고 있는 정치인들 중의 하나다. 이런 점은 그가 이명박 정권의 이너써클에 들기 보다는 자기 자리에서 능력껏 자기 일을 하는 쪽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과실을 누리는 쪽보다는 이 정권이 부패하거나 당청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감시하는 'Watch Dog'의 역할을 스스로 맡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밀고나가는 강 대표 체제가 있는 한, 이명박 청와대와 강재섭 한나라당은 다소 긴장되지만 건강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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