憲法상 가능성 0%.. 도리어 '국민판 계엄령' 대두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박근혜 대통령 계엄령 정보'라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으로 18일 '계엄'에 전국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추 대표는 "참으로 무지막지한 대통령"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기로 작정한 모양" 등 계엄설을 기정사실화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같은 날 "매우 유감"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제1야당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하기에는 너무나 무책임한 정치 선동"이라며 "더 이상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80년 5.18 당시 비상계엄을 발령한 바 있다. 당시 공수부대 등 다수 군(軍)병력이 경찰 대신 치안을 맡기 위해 투입됐다.

더민주와 청와대 간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렇다면 과연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계엄령 발동이 가능한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불가능"이다.

대한민국 헌법 77조 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우선 현재 우리 사회는 전시(戰時) 또는 사변에 준하는 상황이 아니다. 경찰 추산 26만 명(주최측 추산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있었지만 청와대 등 '가급' 국가중요시설이 함락당하진 않았다.

국가중요시설은 위해세력에 의해 공격받을 시 국정(國政), 국가 경제, 국방 등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포함한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계엄령을 내릴 명분이 없다. 명분이 없는 계엄령은 내란 또는 외환으로 규정될 수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등의 죄를 범할 경우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형사상 소추를 받으면 대통령은 군(軍) 통수권자로서의 권위를 사실상 잃게 된다. 자칫 '역적'으로 몰릴까봐 극도로 불안에 떨던 각 군 사령부는 자연히 철군하게 된다.

설사 일부 지휘관이 나선다 해도 우리나라 국방체계는 90년대 문민(文民)정부 출범 이후 치밀한 시스템으로 감시되고 있다.

쿠데타 기미만 보여도 다른 부대가 '공을 세우기 위해' 진압에 나선다. 1개 사단이 나서면 1개 군단이 차단에 나선다. 헌병 출동은 덤이다.

게다가 '정보화 시대' '고학력 시대'인 점을 감안할 때 바보가 아닌 이상 시내 진군 과정에서의 장병들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병영에 고립됐던 장병들도 시민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진실을 깨닫게 된다.

설사 국회와 가장 가까운 수도방위사령부가 쿠데타에 나선다 해도 국회 앞에 도착하는 병력은 지휘관과 몇몇 측근들만 남게 된다.


헌법 77조 5항은 또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20대 국회 의석(300석) 중 야3당과 새누리당 비박(非朴), 그리고 친박(親朴) 내 일부 의원만 합쳐도 과반을 훌쩍 넘긴다. 계엄 해제에 찬성할 것임은 자명하기에 이 경우 대통령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5.18 당시 계엄령 발령이 가능했던 이유는 전두환 정부가 군권(軍權)을 바탕으로 일어섰기 때문이다. 총칼을 겨누기에 국회는 자연히 친(親)군부세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군부(軍部)도 전두환 정부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투표로 선출됐기에 애초에 국회를 총칼로 위협할 수단도, 군을 사적으로 통제할 능력도 없다. 헌법 60조 2항은 선전포고에 있어서도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 같은 대통령 권한 제약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은 아니다.

사실상 자민당 1당 독재 체제인 일본에서도 총리가 자위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민진당 등 야당 동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공산권인 중국에서도 국가주석이 당군(黨軍)인 인민해방군을 움직이려면 정치국 상무위원 등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중국공산당은 태자당(太子黨), 공청단(共青团), 상하이방(上海幇) 등 계파 싸움이 우리나라보다 더하다.

제약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진작에 '계엄령'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다.

각종 게이트에 시달린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모두 군을 동원해 '집요한' 야당을 몰살시켰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당이란 정당은 모두 씨가 말라버리게 되고 한국은 북한처럼 되었을 것이다. 아니, 정부군과 경찰서 탈취로 무장한 각 정당 사병(私兵) 간 내전이 벌어져 한국은 진작에 '제2의 시리아'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리어 야당의 합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은 '대통령 하야 선동'이야말로 '야당판 계엄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사로운 계엄령 발령과 정략적 선동 모두 국가기능 마비, 국정공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거기서 거기' '오십보 백보'라는 것이다.

때문에 야당과 청와대 모두 소모적 대립을 멈추고 민생(民生)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높아진다.

'박근혜 대통령 계엄령'과 같은 비현실적 논쟁 대신 조속한 최순실 사태 수습과 위기에 처한 경제 활성화에 나서라는 주문,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일을 게을리 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다.

이른바 정치권에 대한 '국민판 계엄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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