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원동(60)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24일 기각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수사가 시작된 이후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검찰 행보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조 전 수석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통화 녹음파일을 포함한 객관적 증거자료 및 본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관한 피의자의 주장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의 기각 결정 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는 조 전 수석이 취재진에게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법원의)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공직자 처신의 책임과 중압감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더 조신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면서 나라 경제에 도움될 수 있는 방안이 먼지 간구해보겠다"고 말했다.


'CJ측에서 먼저 전화를 걸었다'고 일부 언론에 해명한 것에 대해서는 "검찰과 법원에 말을 많이 했다"며 "오늘은 죄의 유무를 가리는 자리 아니었다. 앞으로도 검찰의 판단을 계속 받아봐야 할 사안인 거 같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뜻이라는 부분을 어떻게 소명했느냐'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충분히 소명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걸 법원에서 판단한 건 아닌 거 같다. 앞으로 또 과정이 있으리라 본다"고 답했다.


앞서 조 전 수석은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에게 퇴진을 강요한 혐의(강요 미수)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갑작스레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지난 3일 한 매체는 2013년 말 한 청와대 전 수석비서관이 "VIP의 뜻"이라며 CJ그룹 최고위 관계자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통화파일에는 “VIP 말을 전하는 것이냐”라는 CJ 관계자 물음에 전화를 한 수석비서관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수사까진 안 갔으면 좋겠는데”라며 퇴진 거부시 사정당국을 동원할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통화파일에는 청와대가 무엇 때문에 이 부회장 퇴진을 종용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게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이유에 대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 등에서 '싸이'와 함께 이미경 부회장이 '한류 전파'의 주인공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신이 들러리 선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고 결국 퇴진 압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청와대의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박 여부에 대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당시 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이미경 부회장의 태도와 행동을 마음에 안들어했다는 얘기를 다들 정설로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관련 보도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미경 부회장은 현재 지병 치료와 요양을 이유로 해외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20대 시절부터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근육이 위축되는 희귀병인 선천적 질환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장손녀이자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장녀로 이재현 회장보다 2살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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