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말자고 해놓고 혼자 회동.. 이해 불가"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간 기습회동에 대해 비판했다.

추 대표에 대해 "앞에서는 탄핵하자 해놓고, 또 (3당이) 함께 만나자고 하면 (새누리당은) 탄핵 대상이면서 해체 대상이라 못 만난다고 하면서 왜 자기는 혼자 이러고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뤄졌던 추 대표의 기습 영수회담도 또다시 꺼내들었다.

"어제 야3당 대표 회담에서 탄핵을 목표로 하고 (새누리당과) 대화하지 말자고 제안해놓고 우리 당에 상의도 없이 지난법 대통령 단독회담을 요구했던 것처럼 오늘 김 전 대표와 회동했다"고 꼬집었다.

이 날 새누리당 친·비박계는 의원총회에서 '대통령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추 대표와의 긴급회동 후 "민심이 탄핵을 원하지는 않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박은 신당 창당보다는 새누리당 재창당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보인다. 탈당할 경우 '여당 소속'이라는 큰 이점을 잃게 됨은 물론 '미아' 신세가 되고 만다. 군식구를 반기고 힘을 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

대신 친박을 이용해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당 내 주류가 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친박은 사태가 사태인만큼 비박에게 일단 주도권을 넘겨주고 수습하자는 입장으로 보인다. 비박이 탄핵에 찬성할 경우 여당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고 대통령이 '내쫓기는' 것은 물론 대선 승리도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결국 '대선 승리'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기에 이번 합의가 가능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추 대표의 탄핵을 통한 1월 말 대통령 퇴진, 그리고 여당 출마가 유력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선 준비기간 말소' 전략은 힘을 잃게 됐다.

국회에 탄핵안이 상정된다 해도 정족수(200석)를 채우기 위해서는 비박 찬성이 필수적이다. 현재 야3당과 무소속 의원들을 모두 합쳐도 172석(김용태 의원 포함)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더민주가 그대로 탄핵을 강행해 부결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면죄부를 얻게 돼 오히려 더민주에 치명타로 작용하게 된다. 그동안 끌어모은 문재인 전 대표 지지층 결집도 흩어지게 된다.

'비박 입장 존중'을 강조해 온 국민의당은 개헌을 매개로 차기 정부에서 '내치 대통령'인 책임총리직 또는 장관 등 요직을 얻는 조건으로 새누리당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 대항마는 반 총장밖에 없기에 국민의당으로서는 선택지가 없다. '문재인이 호남을 다 죽인다'는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문 전 대표 간 깊은 갈등의 골도 국민의당이 반 총장에게로 기울어지게 하는 원인 중 하나다.

국민의당이 친·비박 합의에 반발해 설사 더민주에 붙는다 해도 상기한대로 탄핵은 불가능하다. 탄핵을 강행할 경우 비박 불참으로 부결돼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당이 독자적인 박 대통령 퇴진 일자를 내놓을 경우 사실상 "퇴진 시기를 국회 결정에 맡긴다"는 박 대통령 요청에 응하는 꼴이 돼 지지층, 특히 탄핵 찬성파 이탈로 이어진다.

때문에 국민의당은 '이도 저도 안 될 바에는' 차라리 새누리당과 입장을 같이 하는 것이 차기 정부에서의 요직 확보나마 노릴 수 있는 길이다.

새누리당과의 연대 형태는 '지지층을 고려해 겉으로는 정부여당과 더민주를 동시에 비판하면서 안으로는 물밑협상을 벌이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부결 또는 국회 상정 실패 시 책임을 '탄핵 전도사'로 활동해 온 더민주로 미루면 국민의당은 책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렇듯 반문(反文)전선이 형성돼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더민주 비문, 친이계 세력 등이 반 총장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룰 경우 문 전 대표 당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박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받아들일 경우 6월 조기대선이 실시돼 내년 1월 중순 귀국이 유력한 반 총장은 약 5~6달의 대선 준비기간을 갖게 된다.

새누리당도 반문 전선 규합 시간을 확보하는 한편 '송민순 회고록' 등 그동안 잠잠했던 문 전 대표 의혹을 승리 카드로 내세울 수 있다.

변수는 대통령 탄핵 사태가 국민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아 '송민순 회고록'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거나, 친문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재명·박원순 시장 등 비문계 후보들이 문 전 대표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위를 달리고 있는 이 시장은 현재까지는 대선 완주 가능성이 높다.

문 전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이기에 이 시장은 대통령직을 친문계에 내주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책임총리 등 요직을 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에게 있어서 비문 및 국민의당, 나아가 새누리당 인사가 내각에 들어와 내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악재 중의 악재다.

자신은 외치만 맡는 가운데 민심 형성을 비문이나 새누리당에게 맡기는 셈이 돼 언제든 '탄핵 위험'을 안게 된다. 그러나 정국이 요동치는 가운데 향후 친·비문 간 모종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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