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민영화 등 금융권 빅뱅 예고

새로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함께 한국 금융, 특히 국책은행의 판이 새로 짜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설명=산업은행 전경


새 정부는 국책은행 민영화라는 큰 틀 아래, ▲산업은행 업무 중 민간에 넘길 분야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고 ▲중소기업이 위축되지 않는 방안을 마련, 민영화 ▲우리지주 민영화 조기 추진 등을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당선자는 실제로 지난 11월 13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하면서 “임기 중 20조~30조원의 기금을 만들어 중소기업 지원자금문제를 해결하겠다. 국책은행이나 여러가지 자산을 처분하면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정부는 이미 전통적 정책금융수요가 감소하고 일반은행들이 국책은행 업무영역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지난해 3월경부터 외부연구용역과 각 국책은행별 해외 유사 사례 등을 조사하고,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설치·운용하는 등 역할 재정립에 대한 발판을 마련해왔다.

산업, 기업은행 등은 증권사를 비롯한 각종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외환은행 인수 때와는 또다른 경제상황으로 더 큰 파급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문제부터 금산분리 완화 과정에 따른 외국자본 개입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금융권 빅뱅?

금융권 빅뱅이라 할만하다.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더해 우리지주, 경남, 광주 은행도 인수 합병 물망에 올라있는 상태.

외환은행 매각이 2008년으로 밀려난 가운데 이들 은행의 민영화가 수월치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중소기업 금융 위축이라는 반대입장이 팽팽하다.

기업은행의 경우 매각이 결정되면 외환은행 인수에 실패한 국민은행과 비교적 작은 규모로 M&A가 시급한 하나은행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편 공적자금 투입은행인 우리금융그룹도 소용돌이 가운데에 있다. 그러나 경영권 행사를 위한 지분 51%를 채우려면 7조 규모의 돈이 들어갈 전망이어서 이만한 돈을 투자해 인수할 금융기관이 국내에 존재할지가 관건이다.

금융권에서는 자회사인 경남, 광주은행 등을 분리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남, 광주은행 인수는 자통법 시행에 따른 지방은행 규모의 경제 의지에 따라 부산, 대구, 전북은행 등이 참여할 수 있겠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가장 큰 논란이 예상되는 경우는 산은.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명박 당선자 측은 산은에서 IB를 떼어내 대우증권과 합쳐 시장에 매각한다는 눈치다.

그러나 글로벌 IB 육성을 위해서는 민관이 자본력을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산은의 기본 입장. 대우증권과 IB부문을 민영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정부가 IB와 대우증권을 매각할 경우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부담스럽다"

이명박 당선자 측의 구상은 결국 임기 초반에 기업 M&A, 산업은행 IB 등을 민간에 매각해 산업은행을 둘로 나누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9월말 현재,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31%를 웃도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현대종합상사(22.53%), 현대건설(14.69%), SK네트웍스(12.56%), 하이닉스 반도체(7.1%)의 매각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 9월 '국책은행 재정립 방안'관련 자료를 낸 금융당국(재정경제부)도 이와 관련, “내용은 비슷하지만 정부는 2013년 이후 민영화를 검토한 것이다”라면서 “합리적인 방안일 수는 있지만, 작아진 산업은행이 독자 생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난 24일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민영화 여부 판단은 전적으로 대주주인 정부의 몫이지만, IB를 분리 매각하면 남은 정책 금융이 제역할을 하면서 국민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육성해온 IB은행을 민간에 매각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산은 측이 이번 결정에 얼마간 반대표를 던지는 이유다.

김 총재는 “현재 체제라면 5년 내에는 해외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3년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다. 그간 IB부문 인력을 늘렸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합병(M&A) 등 분야에 투자해왔다. 내년부터 싱가포르에 IB데스크를 마련하고, 베트남,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본격적 IB업무를 시작할 것이다”라고 의지를 밝혔다.

특히 민영화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 “일부 공기업이 도덕적해이와 비능률, 조직 방만 등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산은은 1인당 생산성과 자기자본비율(BIS)이 시중은행보다 높다. 자산운용능력도 뛰어나다”면서 “공기업의 일반적 특징이 산은에 만연한 것처럼 부각돼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