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이규남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겸 산은금융지주 회장(71)이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남성민)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했다.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이 운영한 업체에 투자하도록 종용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강 전 행장은 이날 "평생 조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장·차관으로 근무할 당시 온몸을 부딪쳐 일했다"며 "공직에 있는 동안 부정한 돈을 받지도 않았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이외에는 별다른 재산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검찰 수사과정에서 산업은행·대우조선해양 측 관계자와 통화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자료도 열람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를 받았다"며 "그같은 상황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서 얘기하는 내용이 약간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강 전 행장에게 압수물인 수첩도 돌려주는 등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했다"며 "강 전 행장은 수사 초기단계서부터 산업은행 관계자들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편 강 전 행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지인의 업체에 투자토록 했다는 혐의 등이 배임죄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며 "그런데 강 전 행장의 지인은 사기 혐의로 기소돼 모순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사실관계나 법리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은 공소제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의견은 기록을 전부 검토한 뒤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1월12일 오후 재판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구체적인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21일 강 전 행장이 고등학교 동문 임우근 한성기업 회장(68)에게 200억원이 넘는 특혜성 대출을 해준 대가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이라고 비판하며 영장 재청구 방침을 세우고 보완 수사를 해왔다.


특별수사단은 지난 25일 강 전 행장을 재소환해 투자 압력이나 특혜 대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0일에는 또 다른 기업에 대한 특혜대출 정황을 포착하고 산은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이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에 오른 2008년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수도권 소재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10여 년간 사용해 온 정황도 포착했다.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있던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당시 거래처 등에 돌릴 명절용 선물로 한성기업 제품을 쓰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 재임 기간 대우조선해양에 영향력을 행사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 B사와 종친 회사인 중소 건설업체 W사에 100억원대 투자를 하도록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강 전 행장이 남상태(66·구속기소) 전 사장의 개인 비리를 약점으로 잡고 압박했기 때문에 B사와 W사에 특혜로 몰아주기가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강 전 행장은 기재부 장관이던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한성기업과 한성기업의 모회사인 극동수산이 특혜성 대출을 받도록 은행장들을 임 회장에게 소개시켜주는 등 대출을 청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성기업은 대출 허용기준에 맞지 않는 특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08년부터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인 올해 초까지 여행·사무실 경비를 비롯해 고문료를 포함한 억대의 뇌물을 한성기업 측으로부터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법인카드를 제공받는 등 여러가지 형태로 경제적 이익을 지속해서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강 전 행장 재임시절이었던 2012년 11월 원 의원과 독대 후 W사는 일반적인 심사단계를 거치지 않고 부당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의 490억 부당대출 혐의와 관련해 지난 10월20일 산은을 추가로 압수수색하고 지난 25일 강 전 행장을 재소환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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