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민족에게 핵공격 가능"


[투데이코리아=오주한 기자]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대사관 공사는 6일 한 매체 인터뷰에서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건(한국) 없어져야 할 실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워싱턴 등에 겨누면서 한국을 상대로 재래식 전쟁에 나설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대남(對南) 핵공격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한국 사람들은 '같은 민족에게 김정은이 핵무기를 쓰겠나'고 생각한다. 안일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97년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마찬가지로 김정은을 제외한 모든 북한 주민들을 '노예'로 규정했다.

"최고위층이든 아니든 김정은을 제외하면 모두 노예"라며 "북한 외교관으로서 거짓을 말해야 하는 나 자신을 견딜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북한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안으로부터 썩고 있다. 무엇보다 엘리트 계층의 동요가 심하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수령 신격화, 모든 주민의 정치조직 가입, 지속적인 사고기능 마비, 기득권 성분 제도를 동원한다. 지금 이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인 예로 "주민 의식주를 지도자가 보장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이지만 그 역할을 못하니 체제가 깨지고 있다. 사회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로 가고 있다"고 경제를 들었다.

반체제 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까닭에 대해서는 "마지막 반체제 운동은 88년 초 김일성종합대에서 일어났으나 대대적 숙청이 있었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공포통치 하에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상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엘리트들은 민중봉기 시 김정은과 함께 자신들도 처형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기득권층의 소극성을 지적했다.

북한의 '진정한 통치자'에 대해서는 "김정은과 그를 떠받드는 기득권 세력"이라고 밝혔다. "기득권 계층이 '김정은으로는 안 되니 들어내자'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잦은 군부대 시찰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군(軍)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증거"라며 "군대를 쥐고 있으니 주변에서 들고 일어날 꿈도 꾸지 말라는 심리도 있는 듯 하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한국 외교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북한은 인권 문제로 수세에 몰렸다"며 "유엔 인권문제 표대결에서 북한은 완전히 손을 들었다. 남북 외교전에서 거둔 남한의 승리"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 외교에 대해서는 "상당히 위축됐다. 장성택 처형으로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다"며 "핵개발이 진전되고 있지만 계속되는 대북제재로 무역이 줄고 국제 공동체로부터 고립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봤다.

다만 리용호 외무상에 대해서는 "북한 외교의 두뇌다. 정통 외교 관리형이 외무상에 오른 첫 사례"라며 "보기 드문 실력파 외교관이다. 유능한 사람을 앉혀 북한 외교를 위기에서 건지려는 인사"라고 높게 평가했다.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한국을 고립시킨다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에 대해서는 "적중한 표현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핵개발이 완성될 때까지) 미국을 이용해 한국을 압박하고 한국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한다"고 설명했다.

태영호 전 공사는 40억 달러(약 5조 원)에 이르는 '김정은 비자금'도 폭로했다.

"비자금 존재는 명백하다"며 "스위스 비밀계좌에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많은 자금이 해외에 은닉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또는 외국 법인 계좌에 있을 것이다. 외국 법인은 주로 북한과 거래하는 회사들일 것"이라며 "중국 훙샹(鴻祥)그룹은 빙산의 일각이다. 많은 북한 회사가 중국인 계좌로 제재를 피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피격에 대해서는 "북한에서 '이제 우리가 버블 효과도 발생시키는 어뢰까지 만들었으니 해군도 자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것을 보면 북한 소행이 맞다"고 말했다.

김정은 득녀설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이라고 답했다. 황장엽 전 비서도 생전 인터뷰에서 김정은 존재를 묻자 "로열패밀리는 극비"라며 알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정파 싸움에 대해서는 "장성택 밑에 있었던 사람들은 당에 충실하고 김정은에게도 충실한 사람들이었다"며 정파는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장성택은 쿠데타를 꿈꾸지도 않았다. 김정은 자기가 무서우니까 먼저 제쳐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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