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고은 기자] 박영수(64·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이 오늘(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롯데‧CJ‧SK 그룹 등에도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돼 대기업 총수들이 언제 소환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중 최순실씨와 정유라씨,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을 하는 대가로 박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은 혐의(뇌물공여)와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최씨가 설립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 대기업 관계자들도 수사 대상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SK, ‘특별사면’이라는 은밀한 거래 의혹



지난 12일 특검팀은 SK그룹이 지난 2015년 8·15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최태원 SK회장이 청와대와의 사면 거래를 했다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녹음 파일에 따르면 김영태 SK 부회장 역시 2015년 8월 서울 영등포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원 회장은 김 부회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회장님이 사면되면 '경제살리기'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 사면 출소하면 회장님이 해야 할 숙제"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5년 7월 24일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과 단독 면담에서도 최 회장의 사면 문제를 논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단독 면담을 한 지 20여일인 지난 8월 15일 최태원 회장은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아 출소했다. 당시 최 회장은 수백억원대의 횡령 등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2년 7개월째 복역 중이었다.


SK그룹은 같은해 11월 미르재단에 68억원을 출연했고, 이듬해 2~4월에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냈다.


또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광복절 특사를 며칠 앞두고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최 회장 사면에 정당성을 부여해줄 자료를 SK에서 받아 검토하라' 취지의 지시를 한 정황도 포착했다.


이는 결국 최 회장의 사면이 박 대통령과의 조율 아래 이뤄졌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더욱이 당시 광복절 특사로 특별사면이 이뤄진 재벌총수로는 SK 최 회장이 유일했다.


또한 지난해 1월 14일에도 안 전 수석에게 “최태원 회장 사면 복권 시켜준 은혜 잊지 않고”라는 새해 인사 문자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현재 SK그룹은 형식적인 감사 인사라는 주장을 펴며 "거래는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이어 SK 측은 "두 사람의 대화 녹취록에 나오는 '짐'이나 '숙제' 같은 단어에 대해서는 SK가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투자와 채용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였다"면서 "당시에는 미르와 K스포츠가 언급되지 않은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사면거래 CJ…국뽕으로 몸부림



지난 2013년 CJ그룹 비자금 조성·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특별 사면됐다. 당시 건강 악화 문제로 사면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면 과정 중 최씨 측근 차은택씨가 주도한 K컬처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재현 회장 사면 문제 등으로 CJ 그룹에 외압을 가하며 문화계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매체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14년 11월 손경식 CJ 그룹 회장을 만나 “(CJ 콘텐츠가) 좌편향”이라며 “성향을 바꾸라”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특검팀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누나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을 확인했다.


2013년 말 한 청와대 전 수석비서관이 "VIP의 뜻"이라며 CJ그룹 최고위 관계자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통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 통화파일에는 “VIP 말을 전하는 것이냐”라는 CJ 관계자 물음에 전화를 한 수석비서관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어 “수사까진 안 갔으면 좋겠는데”라며 퇴진 거부시 사정당국을 동원할 것이라는 뜻을 시사했다.


통화파일에는 청와대가 무엇 때문에 이 부회장 퇴진을 종용하는 이유가 나오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경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난게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 밖에 난 이유에 대해 '스위스 다보스 포럼' 한국의 밤 행사가 발단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 등에서 '싸이'와 함께 이미경 부회장이 '한류 전파'의 주인공 역할을 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자신이 들러리 선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고 결국 퇴진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후 CJ는 ‘국뽕('국'가+히로'뽕'이 합쳐진 말이다.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 영화로 알려진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을 배급했다.


감이 좋다고? 수사 하루 전날 70억 반환한 롯데


롯데그룹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로 추가 선정된 과정에서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15억원을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문제는 검찰의 롯데 압수수색 하루 전날 70억원이 롯데에 다시 입금된 데에 있다.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최순실이 롯데 상황이 악화돼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엉겨 붙을 수 있다며 돌려줄 것을 지시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에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최씨에게 롯데 검찰 압수수색을 미리 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부지 제공에 대해서도 의심 받고 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 특검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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